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아이디어 돋보여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에게 중국은 북한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먼 나라였다. 갈 수 없는 나라였고 알 수 없는 나라였다. 이런 중국이 지금은 미국과 일본 못지않게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중국은 중국대로 개방 정책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더니 이윽고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만천하에 그 위상을 과시했다.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시리즈가 있었다. 중국의 이색적인 사진들을 모아 올린 게시물들이었는데,이들을 통틀어 '대륙시리즈'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대륙의 버스' '대륙의 나이키' 같은 식이었다. 시리즈의 대부분은 웃음을 자아내는 엽기적인 사진 일색이다. 일각에서는 이 시리즈가 풍자를 넘어 중국을 비하하는 감정을 부추긴다고 하여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지만,이 또한 베이징 올림픽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일종의 붐 같은 것이었다.

비씨카드는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종의 대륙의 '기인 시리즈'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 자전거 위에서 잠을 청하고,수십개의 만두 찜통을 자전거 하나로 나르고,우체부가 자전거에 우편물(양)을 싣고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계곡을 건너고….참으로 기인열전을 방불케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두가 과장이나 연출로 여겨지지 않고 중국이기에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 내 집 거실에 앉아서도 세계를 여행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면서 중국 곳곳을 여행했다. 그만큼 볼거리가 쏠쏠했던 광고였다는 얘기다.

거기에다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중국어처럼 발음하고 있으니 이 또한 이색적이다. 학창시절 우리가 처음 만나는 중국어는 한문 시간에 배우는 '사자성어'다. 그 사자성어의 추억을 비씨카드와 연관시켜 네 글자 카피로 풀어낸 것이 참신하다. '담달출장?' '어디출장?' '중국출장' '무슨목적?' '비즈니스' '카드필수' '어떤카드?' '비씨카드'로 연결되는 메시지 전달이 참 쉽다. 리듬이 살아있고 템포가 편하다. 비씨카드를 중국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본연의 메시지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광고는 상식이 아니라 상상이다. 이 광고는 늘 보던 것이 아닌 상상을 보여 주었다. 아이디어의 꽃은 당연한 곳에서가 아니라 특별한 곳에서 핀다. 이 광고의 아이디어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특별한 곳에서 꽃을 피웠다. 어려운 제품을 어렵게 광고하는 것은 쉽다. 쉽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정도로 쉽게 만들어야 한다.

이 광고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할 얘기를 다했다. 이 광고가 세간의 관심을 사고 인기를 누렸던 것은 무엇보다도 쉽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광고를 일부러 찾아서 보는 사람은 없다. 보이니까 보는 것이다. 그럴수록 광고는 더 쉽게,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씨카드광고처럼.

조문형(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