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통해 소비자 공략

'높이 나는 바람이 더 멀리 간다' '에어로봇시스템으로 더 강하게' '거실에서 주방까지 9m 롱파워 모드'….

'휘센' TV광고는 카피도 카피지만 무엇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달라 보인다. 창공을 나는 시원한 비주얼로 소비자의 가슴을 향해 커뮤니케이션의 활을 쏘고 있다.

LG전자의 휘센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이영애라는 강력한 모델을 내세워 브랜드 론칭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2008년 모델을 젊은 부부(이선균,정려원)로 설정해 신혼시절부터 휘센을 사도록 권하고 있다. 이영애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후속 모델에게 부담이 될 걸로 우려했지만 기우에 그치고 말았다.

나는 휘센의 광고를 보면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떠올렸다. 이 광고를 만든 이는 갈매기의 이야기를 통해 휘센을 높이 높이 날도록 만들고 싶었을까? 다른 에어컨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등 브랜드로 상승하려는 의도를 표현한 것일까? 이 광고의 메인 카피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것일까?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은 학생시절에 꼭 봐야 할 책 중의 하나였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에 나오는 유명한 한 구절이다. 조종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리처드 바크의 비행 체험과 갈매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지금도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조나단이라고 불리는 갈매기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꿈은 자기 발견에서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높이 날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를 알 수 없다. 날 수 있는 생명체는 많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을 찾아 더 높이 날아 더 멀리 가려는 의지는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이 작품의 가치가 있고 멀리 바람을 보내기 위해 에어로봇시스템을 개발한 휘센의 가치가 있다.

휘센의 광고에서 높이 나는 것을 통해 멀리 날아가려는 나의 꿈을 발견한다. 일상과 타성에 젖어서 멀리 날고 싶은 욕망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갈매기로 살아야 할 것이다. 아쉽다면 휘센의 광고에서 그런 의미를 더 담았다면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광고는 에어컨의 광고를 넘어 공익성 광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광고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런 면에서 휘센의 광고 가치는 매우 크다. 앞으로도 휘센의 광고에 삶의 아름다운 가치를 담아낸다면 더 큰 성공을 이룰 것이다. 조나단이 갈매기 무리에서 추방당해 홀로 비행술을 연습하다 자신처럼 비행을 통해 의미를 찾는 다른 갈매기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우리의 광고에서 인생의 지침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광고를 더 많이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에.

최병광(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