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기록을 들여다보면 골프가 가진 속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올 한 해 미국 PGA와 LPGA투어에서 나온 각종 기록들을 통해 골프의 특징을 살펴보자.프로골퍼들의 플레이 내용에서 아마추어 골퍼들도 코스 공략이나 연습 방법을 참고할 수 있다.

◆한 라운드 버디는 평균 3개 안팎='골프 귀신'이라고 할 수 있는 투어프로들이 한 라운드에 몇 개의 버디를 잡을까. 통상 5~6개의 버디는 기본으로 기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평균 3개 안팎에 그친다. 미국 PGA투어에서 라운드당 버디 수가 가장 많은 선수는 랸 팔머로 4.16개다. LPGA투어는 로레나 오초아로 4.36개.

이 두 선수를 빼고 남녀 모두 라운드당 버디 수 4개를 넘긴 선수는 아무도 없다.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남자의 경우 스티브 마리노로 440개(라운드 당 3.68개),여자는 청야니로 388개(라운드당 3.96개)였다.

이글도 잘 나오지 않는다. 최다 이글은 남자의 경우 채드 캠벨로 94라운드에서 16개,여자는 산드라 갈로 71라운드에서 12개였다. 두 선수 모두 라운드당 0.17개다.

◆드라이버샷 정확도와 성적은 무관=드라이버샷을 정확하게 친다 해도 쇼트 게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었다.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올린 브라우니는 드라이버샷 정확도가 80.42%로 1위였지만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은 65.63%로 76위에 머물렀다. 게다가 그린 적중 뒤 퍼트 수는 1.836개로 공동 191위에 그쳤다. 브라우니의 올 시즌 상금랭킹은 204위였다.

LPGA투어 상금랭킹 32위인 이미나는 드라이버샷 정확도에서 79.8%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이언샷의 그린적중률은 66.3%로 35위,그린적중 뒤 퍼트 수는 1.84개로 103위였다.

◆벙커에 빠지면 파세이브 확률 절반도 안돼=프로들이 멋진 벙커샷으로 파를 세이브하는 장면을 자주 봤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샌드 세이브율' 1위에 오른 선수는 PGA투어의 경우 두들리 하트로 63.71%,LPGA투어는 루시 굴야나미타로 60%였다. 대부분은 그 확률이 40~50%에 그쳤다. 벙커에 빠지면 투어프로들조차도 파로 홀아웃할 확률이 절반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300야드 이상 장타는 13명뿐=프로들은 대부분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이상 날릴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을 평균 300야드 이상 날리는 선수는 13명에 불과하다. 1위는 315.1야드를 친 부바 왓슨이다. 여자선수 중 최장타자는 로레나 오초아로 평균 269.3야드를 보냈다. 이지영은 267.8야드로 4위다. 260야드 이상을 치는 여자선수는 14명뿐이었다.

◆PGA투어와 LPGA투어의 차이= PGA와 LPGA투어의 기량 차이는 '톱10' 진입률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로레나 오초아는 총 22개 대회에 출전해 17개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들어 '톱10 피니시' 1위를 했다. '톱10' 진입 확률이 무려 77.3%다. 반면 PGA투어에서는 로버트 앨런비가 '톱10 피니시' 1위를 했다. 앨런비는 28개 대회 중 9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확률이 32%였다.

평균 타수도 여자는 로레나 오초아만이 유일하게 69.70타로 60대 타수를 기록한 반면 남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69.12타)를 비롯해 총 15명이 60타대 스코어를 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