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13년 복역 후 출소한 금자(이영애)에게 전도사(김병옥)가 두부를 내민다. "두부처럼 깨끗하게 살라고 주는 것이에요. " 금자는 이 두부를 뒤집어 엎어버린 뒤 말한다. "너나 잘 하세요.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의 한 장면이다. 비록 금자는 두부를 외면한 채 출소하자마자 복수극을 벌이지만 종반부에선 딸이 내민 두부 모양의 케이크에 얼굴을 묻고 새 삶을 다짐한다.

영화에서처럼 두부는 교도소에서 나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통과의례가 됐다. 단지 흰색이기 때문이라면 우유 등 다른 음식도 있는데 굳이 두부인 이유는 뭘까.

두부를 먹는 것은 흰색이란 상징성과 함께 영양학적ㆍ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출소자들은 교도소 안에 갇혀 생활하다 보면 몸이 약해지져 영양보충이 필요하다.

두부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두부에는 단백질을 비롯 지방,탄수화물,필수 아미노산,뇌 세포의 대사기능을 촉진시키고 불안감 해소 효과가 있는 가바(GABA)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류영기 풀무원기술연구소 두부연구팀장은 "콩의 섬유질은 물에 녹지 않지만 두부는 수용성으로 체내 흡수가 잘 된다"며 "때문에 산모들이 무기질이 많은 미역국을 먹듯이 출소 시 두부를 먹으면 갇혀 지내며 약해진 체력을 단시간 내 복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도 두부가 체력회복제 역할을 해왔다. 험한 산악을 한 달 넘게 돌아다니는 심마니나 포수들에겐 두부가 영양제였다. 특히 강원도에선 동해 바닷물로 만든 간수에 콩물을 타서 응고시켜 순두부 같은 형태를 섭취해 체력을 보강했다고 한다. 류 팀장은 "일제 강점기에 투옥자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때 출소한 이들에게 두부를 먹이는 관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