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인터뷰

"세계 동시불황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런 불확실한 불황기에 기업들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호황에 대비한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 " 일본의 대표적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 대학원 학장(65)은 '불황기 인재 투자'를 강조했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보다는 기회만 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지난 27일 오마에 학장을 만나 내년 세계경제 전망과 기업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美 '빅3'ㆍ씨티그룹ㆍ카드 부실이 3대 복병
달러가치 폭락땐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
10조弗 '유동성기구'로 신용경색 풀어야


▶내년 세계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나.

"확실한 답을 말하긴 힘들다. 이번 경제위기는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9월 이후 미국 다우지수의 하루 변동률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마치 지진계 같다. 지금 세계경제엔 진도 8의 강진이 온 것과 마찬가지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

▶내년 세계경제를 좌우할 복병은.

"세 가지다. 첫째,GM 등 미 자동차회사 '빅3'가 어떻게 될지다. 만약 '빅3'가 파산하면 미국에서만 5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재앙이 온다. 둘째,미 씨티그룹이다. 씨티는 장부외 자산이 1조1440억달러에 달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화상품(5780억달러),소비자론 증권화상품(1220억달러),기타 증권화 상품(4330억달러) 등은 부실 가능성이 크다. 이들 자산이 진짜 부실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셋째,미 신용카드 문제다. 금융사들의 신용카드론마저 부실해지면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될 수도 있다. "

▶미국 제로금리로 달러폭락 우려 높은데.

"달러의 신뢰가 추락하는 게 세계 경제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미 정부가 약속한 구제금융 액수만 해도 1조달러를 훨씬 넘어선다. 미 정부는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달러를 조달해야 할텐데,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달러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달러가 폭락하면 외환보유액이 많은 중국 일본 중동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 "

▶달러가 폭락하면 기축통화 역할은.

"그것이 문제다. 달러를 대체해서 기축통화 역할을 할 만한 통화가 현재로선 마땅히 없다. 유로는 단일 주권국가의 통화가 아닌 데다 유럽경제도 불황에 빠져 있다.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도 기축통화에서는 준비가 돼있지 않다. 대체 통화가 없는 상황에서 달러가 폭락하면 세계경제는 대혼란에 빠진다. "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우선 자금부족으로 파산하는 금융사를 막기 위해 각국이 1000조엔(약 10조달러) 정도의 돈을 모아 '글로벌 유동성 공급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각국 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에 몰리면 기구에서 자금을 지원하고,은행 스스로 부실채권을 정리토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

▶지금도 각국이 문제 은행에 대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 않나.

"그 같은 작업을 나라별로 하지 말고,세계적으로 단일 창구를 만들어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시스템적으로 해야 한다. 세계가 1000조엔 정도의 자금만 조성한다면 국제 금융시장도 안심할 것이다. 이런 국제적 유동성 안전장치가 없으면 금융시장은 언제든지 다시 패닉에 휩싸일 수 있다. "

▶국제 신용경색 풀리면 환율도 안정되나.

"환율 안정을 위해선 별도의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헤지펀드 등 환투기 세력들이 몰려 다니면서 특정 국가와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국제적 룰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환투기 헤지펀드에 대해선 은행들이 대출을 못해주도록 규제를 만드는 것 등이 가능하다. "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경영전략으로 대처해야 하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고객이 만족할 만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기업의 기본 임무다. 또 이런 불황 때는 차입경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금중시 경영을 하란 얘기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은행은 맑은 날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오면 빼앗는 곳이다. 불황 때는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는 회사가 적자로 파산하는 회사보다 더 많다. "

▶미래를 위해 어떤 곳에 투자해야 하나.

"불황기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최고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은 나중이다. 유능한 인재를 모아 미래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불황 때는 유능한 사람을 모으기 쉽다. 인재를 확보한 뒤 현금만 잘 관리하고 있으면 기술이나 설비 등은 경기가 좋아질 때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없다. 글로벌 인재를 기르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린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