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28일 매도인 권리 행사를 내년 1월30일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본계약이 한 달간 연기된 셈이다.

하지만 인수 대금 납입은 예정대로 3월30일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양해각서(MOU)상의 인수조건은 변경되지 않았다.

정인성 산은 기업금융본부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은 MOU 해제 및 이행보증금 몰수 등의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는 산은이 본계약 시기를 늦추거나 인수대금 잔금 납입일을 연장해달하는 한화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산은은 대신 한화가 보유 중인 자산을 조속히 매각해 대우조선 매각대금 납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본계약만 한달 연기

산은은 이날 “기존 합의된 원칙은 변경없으나 대우조선 매각의 조속한 성공적 종결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중대성을 감안해 매도인의 권리 행사를 1월 30일까지 유보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회를 부여하는 경우 한화 측은 재무적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전한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자산 매각 등 자체자금 조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MOU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매수인의 실사 개시를 위한 이해당사자들 간 협의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는 등 인수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산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용 가능한 가격 및 조건으로 한화 보유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화의 자체자금 조달에 협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3개사가 지난 2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매매대금 지급 조건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데 따른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한화는 자금조달 방안을 확정할 수 있는 시간을 한 달정도 확보했으며, 세부실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결국 자금조달이 관건

산은은 한화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을 연기했다.

산은은 앞서 한화 측에 비공식적으로 대한생명 지분 20%와 한화리조트,갤러리아백화점,장교동 빌딩 등의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화의 일부 보유 자산을 직접 매입해 한화의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러나 한화 측은 이달 29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시점만 변경됐을 뿐 내년 3월 말로잡힌 인수대금 완납 시기를 연장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화는 우선 6조원대의 대우조선 인수대금 가운데 자체자금 1조∼1조 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에 대해 대한생명 지분 매각으로 1조원을 마련하고 장교동·소공동 빌딩,한화리조트,갤러리아백화점 등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는 중동의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산은 측이 본계약을 연기해준 것은 다행이지만 인수조건이 변경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향후 자금조달 상황 등을 고려해 본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무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산은의 본계약 연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산은이 한화의 관련 자산을 적정가격에 인수한 뒤 향후 처분하는 형태로 한화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경기 침체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헐값으로 매각하거나 원매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외 금융위기로 인해 최소 주당 1만원 이상 기대했던 대한생명 주식은 장외에서 5000원도 안되는 수준으로 급락했고 시흥시는 군자매립지에 대해 절반인 현금 500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자칫 대우조선 매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한화 측이 1월30일까지 구체적인 자산 매각 및 자금 조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본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인수자의 귀책에 따라 한화는 이행보증금 3000억원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는 최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조선과 같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 매각 건에서 내린 결정이 선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한화의 자산 매각 및 자금 조달 여부가 다음달 본계약 성사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한화 입장에선 본계약이 연장됐을 뿐,다른 상황은 전혀 변한 게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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