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이 다시 불붙었다. 이스라엘이 27일(현지시간)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를 밀어올리는 등 위기의 글로벌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최소 271명이 사망하고 8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41년 만이다. 지난 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하마스 간 6개월 동안의 휴전 종료 이후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포 십여 발을 발사하면서 고조된 위기가 결국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공습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공군기지를 발진한 전투기 60대가 가자지구 남부지역을 강타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중ㆍ북부 지역으로 확대됐다. 공습은 28일에도 계속됐다. 경찰본부 등 하마스의 보안시설 50여곳이 주요 목표물이었고,무장단체들의 로켓탄 진지 50여곳도 폭격의 대상이 됐다. 하마스 내무부는 가자지구의 모든 보안시설물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학생 하교 시간대에 공습이 이뤄져 어린이를 포함,민간인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로켓 공격 외에 자살폭탄까지 동원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번 공습을 둘러싼 각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가자지구의 폭력 사태 재발과 휴전 협정 파기의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며 "휴전 상태는 즉각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안보담당 대변인인 브룩 앤더슨은 "당선인이 가자지구의 상황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랍권은 일제히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고 나섰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범죄 작전이자 새로운 대량학살"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유엔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아랍 산유국이 석유를 정치 무기로 활용하거나 무력 충돌로 국제무역이 위축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감산 실행과 미 달러화 약세의 영향 등으로 2.36달러(6.7%) 상승한 배럴당 37.71달러에 마감됐다. 이번 공습이 그동안의 유가 하향 안정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달러화 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