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증권사 수석연구원이 뼈아픈 자기반성 결과를 공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10년간 내놓은 주가 전망이 거의 대부분 엉터리였다는 고백이었다. 1999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기업이익 전망치가 실제치와 5% 이내의 차이를 보인 경우는 딱 두 해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8년간 전망치는 실제치와 적게는 10%, 많게는 200% 넘게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소위 주식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전망이 열 번중 여덟 번은 믿을 게 못된다는 것이니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허탈해지는 대목이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데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고장난 시계에 비해 별로 나을 것도 없으니 말이다.

주식 전문가들의 엉터리 예측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소위 금융선진국이라고 하는 구미 각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오죽하면 애널리스트 전망과 반대로 투자하는 투자기법까지 개발됐을까 싶다.

소위 '반대투자법'이라는 이 방식은 영향력이 큰 몇몇 애널리스트를 선정해 이들의 과반이 주가 상승을 점치면 주식을 팔고, 반대로 하락을 예상하면 주식을 사는 식이다. 몇년간 이 방법대로 투자했더니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도대체 누구 말을 믿고 주식투자를 해야할지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예측이란 어려운 일이다. 일기 예보도 틀리기 일쑤고 경기 예측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5개월 만에 30달러대로 폭락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주가와 여자의 마음, 개구리 뛰는 방향은 용한 점쟁이도 맞추기 어렵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밖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온통 우울한 소식뿐인 세밑이다. 그래서인지 내년엔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어차피 틀리기를 밥먹듯 하는 게 주가 전망이라면 이번에야말로 보기 좋게 빗나가기를 기대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 3000포인트에 육박하는 그런 내년을 그려본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