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당황에 빠진 5분이 운명을 가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옛날 어느 소방관이 은퇴하면서 화재 진압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엄마는 베개를, 아버지는 그 무거운 다듬잇돌을 들고 뛰쳐나왔다. 왜 그런 걸 들고 나왔냐고 물으니 베개를 아이로, 다듬잇돌을 금고로 착각한 것이었다. 부모는 곧바로 정신을 차려 발을 동동 구르고 창피해서 얼굴을 파묻었다. 사람은 순간 당황하면 뜻하지 않은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그 순간만 벗어나면 제정신을 차리는 게 사람이다.
필자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다보면 순간적으로 극한 행동을 결심한 사람들이 있다. 사업이 부도나서, 빚쟁이에 시달려서, 연인에게 시련당해서, 시험에서 떨어져서 등등.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간단하다. 충격으로 패닉상태에 빠지는 5분간 어떻게 마음을 먹었느냐하는 것. 앞도 깜깜 뒤도 깜깜한 바로 그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다. 모든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긴 호흡을 한다면 인생이 달라진다. 패자는 자책을 하거나, 누구를 탓할 것이다. 하지만 승자는 얻었으니 잃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 자기도 모르는 새로운 의욕이 솟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전화위복하면 거꾸로 ‘복’이 생각난다. 중국의 음력설인 춘절에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일이다. 그 연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복(福)이 쏟아져라'란 의미란 얘기와 '복이 왔다'란 발음과 비슷해 그렇게 쓴다는 것까지. 그런데 이 춘절에 붙이는 거꾸로 된 '복'자가 전족 때문에 생긴 풍습이란 얘기가 있다. 한때 중국 미인의 기준은 발에 있어서 발이 작은 소각(小脚)은 미녀요, 발이 큰 대각(大脚)은 추녀로 분류됐다. 때문에 딸을 낳으면 무조건 헝겊으로 발을 꽁꽁 동여맸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전족이다.
전족 풍습이 극을 달린 명나라 때, 명을 세운 주원장의 부인 효자고황후 마씨는 전족을 안 해 발이 컸다. 큰 발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마씨는 누가 자기보고 발이 크다고 험담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였다.
하루는 마씨의 측근이 어떤 집 앞을 지나가다 '황후의 발이 크다'고 욕하는 소리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마씨에게 이를 고하면 자신에게 큰 상을 주리라 생각한 그는 그 집을 표시하기 위해 춘절에 대문에 붙인 복(福)자를 거꾸로 붙인 뒤 궁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있자 이상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이 집주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과연 대문 앞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것을 본 집주인은 갑자기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이제 죽었소. 방금 내 처에게 '마씨의 발이 크다'고 험담을 했는데 누가 들은 모양이오."
옆집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모두 대문 앞에 붙여 놓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읍시다. 그러면 험담한 집이 누구 집인지 모를 거요."
그 즉시 모두 집으로 돌아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놓았다. 이윽고 마씨의 명령으로 목을 베러 군사들이 도착했지만, 집집마다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바람에 험담한 사람의 집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말았다. 누군가 살의로 거꾸로 붙인 복(福)자가 오히려 생명을 구하는 큰 복이 된 셈이었다. 이 소문이 나라에 돌자, 춘절이면 으레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요즘 중화요리집 앞에 보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놓은 집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첫 숨을 트기위해 목숨을 걸고 안간힘을 써야한다. 그 위기를 이겨냈기에 지금 가뿐하게 대기의 에너지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생(生)을 한자로 불이하면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가는 형국이다. 인생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걸어가는 것과 같이 위기의 연속이다. 위기를 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마음가짐이야 말로 인간의 걸어야할 운명이기도 하다. 거꾸로 복을 만든 지혜가 더욱 절실해진다. 당황에 빠진 5분을 잘 활용하시길.(hooam.com)
☞ 차길진 칼럼 더보기
필자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다보면 순간적으로 극한 행동을 결심한 사람들이 있다. 사업이 부도나서, 빚쟁이에 시달려서, 연인에게 시련당해서, 시험에서 떨어져서 등등.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간단하다. 충격으로 패닉상태에 빠지는 5분간 어떻게 마음을 먹었느냐하는 것. 앞도 깜깜 뒤도 깜깜한 바로 그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다. 모든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긴 호흡을 한다면 인생이 달라진다. 패자는 자책을 하거나, 누구를 탓할 것이다. 하지만 승자는 얻었으니 잃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 자기도 모르는 새로운 의욕이 솟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전화위복하면 거꾸로 ‘복’이 생각난다. 중국의 음력설인 춘절에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일이다. 그 연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복(福)이 쏟아져라'란 의미란 얘기와 '복이 왔다'란 발음과 비슷해 그렇게 쓴다는 것까지. 그런데 이 춘절에 붙이는 거꾸로 된 '복'자가 전족 때문에 생긴 풍습이란 얘기가 있다. 한때 중국 미인의 기준은 발에 있어서 발이 작은 소각(小脚)은 미녀요, 발이 큰 대각(大脚)은 추녀로 분류됐다. 때문에 딸을 낳으면 무조건 헝겊으로 발을 꽁꽁 동여맸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전족이다.
전족 풍습이 극을 달린 명나라 때, 명을 세운 주원장의 부인 효자고황후 마씨는 전족을 안 해 발이 컸다. 큰 발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마씨는 누가 자기보고 발이 크다고 험담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였다.
하루는 마씨의 측근이 어떤 집 앞을 지나가다 '황후의 발이 크다'고 욕하는 소리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마씨에게 이를 고하면 자신에게 큰 상을 주리라 생각한 그는 그 집을 표시하기 위해 춘절에 대문에 붙인 복(福)자를 거꾸로 붙인 뒤 궁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있자 이상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이 집주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과연 대문 앞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것을 본 집주인은 갑자기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이제 죽었소. 방금 내 처에게 '마씨의 발이 크다'고 험담을 했는데 누가 들은 모양이오."
옆집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모두 대문 앞에 붙여 놓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읍시다. 그러면 험담한 집이 누구 집인지 모를 거요."
그 즉시 모두 집으로 돌아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놓았다. 이윽고 마씨의 명령으로 목을 베러 군사들이 도착했지만, 집집마다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바람에 험담한 사람의 집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말았다. 누군가 살의로 거꾸로 붙인 복(福)자가 오히려 생명을 구하는 큰 복이 된 셈이었다. 이 소문이 나라에 돌자, 춘절이면 으레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요즘 중화요리집 앞에 보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놓은 집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첫 숨을 트기위해 목숨을 걸고 안간힘을 써야한다. 그 위기를 이겨냈기에 지금 가뿐하게 대기의 에너지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생(生)을 한자로 불이하면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가는 형국이다. 인생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걸어가는 것과 같이 위기의 연속이다. 위기를 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마음가짐이야 말로 인간의 걸어야할 운명이기도 하다. 거꾸로 복을 만든 지혜가 더욱 절실해진다. 당황에 빠진 5분을 잘 활용하시길.(hooam.com)
☞ 차길진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