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으로부터 8억달러(약1조300억원) 규모의 증자 결정에 따라 올초부터 불거져 나왔던 매각설 악몽에서 탈피할 전망이다. 특히 후순위채권 등을 통한 지분확대가 아닌 보통주 발행의 형식을 띄는 만큼 자본건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8억달러의 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씨티그룹 본사가 60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신주와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자본금 납입은 29, 30일 이틀간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씨티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기자본비율(바젤1 기준)은 지난 9월 말 10.8%에서 13%대로, 기본자기자본 비율도 9.74%에서 11%대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에 투자하는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4년만의 일로, 당시 씨티그룹은 한국씨티은행 출범 이전에 31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60%가 보통주 발행을 통한 기본 핵심 자본금 증자라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후순위채권 발행 등 부채 성격을 띤 지분을 늘려 BIS 비율을 높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특히 전액을 달러로 들여와 금융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씨티그룹이 증자에 필요한 달러를 한국으로 보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 증자 결정은 30일 환율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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