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미국의 굴욕과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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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 하루를 남겨놓고 있는 2008년은 최강 미국의 굴욕과 저력을 반추토록 하는 해였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구제금융을 통한 금융권과 자동차업계의 부분국유화 조치는 세계경제 기관차인 미국에 굴욕의 대명사였다.
비공식 자리에서 만난 미 국무부의 한 차관보 말은 걸작이었다. '북한이 당장 핵 폐기를 단행한다면 경제난에 처한 미국이 약속한 대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뭐가 그리 고민이겠나. 의회를 찾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 농담조로 얘기했다. 퇴임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급기야 "금융위기에 대해 미안하다(sorry)"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범임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몰락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미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와중에 펄펄 끓는 지식발전소는 부럽기만 한 미국의 힘이다. 교육분야와 싱크탱크를 두고 하는 얘기다.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은 교사 성과주의 도입 등으로 미 공교육 개혁을 이끄는 기수로 나섰다. 공교육 붕괴를 한탄하는 한국에선 미셸 리와 같이 용기있는 개혁가를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교육의 경쟁력을 결코 만만하게 보지 못할 '아메리칸 파워'의 버팀목으로 규정했다.
'포스트-아메리칸 월드'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은 "고등교육은 미국 최고의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해외 유학생 중 미국이 가장 많은 30%를 흡수하고 있다는 걸 그 증거로 들었다. 인도 태생인 그는 "향후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꼽히는 인도가 대학에서 한 해 컴퓨터 공학박사를 35~50명 정도 배출하나 미국은 1000명에 달한다"고 미국의 여전한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관련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측은 "우리 교수들이 발굴하는 경영사례 중 80%가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해마다 600만건이 넘는 HBS의 경영사례연구 자료는 다른 대학,기업,기관들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타계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002년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라는 저서에서 "미국은 비(非) 미국계 학생들로부터 한해 70억~80억달러에 이르는 외화수입을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는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미국의 실질적인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며 미 교육산업의 경제효과를 역설했다.
또 워싱턴D.C.에 포진한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보수적 성향의 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진보센터(CAP) 등 진보적 색깔의 연구소들은 글로벌 정치.외교.경제.사회정책 관련 아이디어나 제언을 봇물처럼 쏟아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일할 일부 인재를 브루킹스,CAP 연구원 중에서 발탁했다. 기껏해야 선거철 여론조사에 반짝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연구소나,인력 풀이 모자라 쩔쩔매는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변화와 희망을 노래했다. 그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자신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워싱턴 김홍열 = comeon@hankyung.com
비공식 자리에서 만난 미 국무부의 한 차관보 말은 걸작이었다. '북한이 당장 핵 폐기를 단행한다면 경제난에 처한 미국이 약속한 대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뭐가 그리 고민이겠나. 의회를 찾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 농담조로 얘기했다. 퇴임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급기야 "금융위기에 대해 미안하다(sorry)"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범임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몰락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미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와중에 펄펄 끓는 지식발전소는 부럽기만 한 미국의 힘이다. 교육분야와 싱크탱크를 두고 하는 얘기다.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은 교사 성과주의 도입 등으로 미 공교육 개혁을 이끄는 기수로 나섰다. 공교육 붕괴를 한탄하는 한국에선 미셸 리와 같이 용기있는 개혁가를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교육의 경쟁력을 결코 만만하게 보지 못할 '아메리칸 파워'의 버팀목으로 규정했다.
'포스트-아메리칸 월드'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은 "고등교육은 미국 최고의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해외 유학생 중 미국이 가장 많은 30%를 흡수하고 있다는 걸 그 증거로 들었다. 인도 태생인 그는 "향후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꼽히는 인도가 대학에서 한 해 컴퓨터 공학박사를 35~50명 정도 배출하나 미국은 1000명에 달한다"고 미국의 여전한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관련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측은 "우리 교수들이 발굴하는 경영사례 중 80%가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해마다 600만건이 넘는 HBS의 경영사례연구 자료는 다른 대학,기업,기관들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타계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002년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라는 저서에서 "미국은 비(非) 미국계 학생들로부터 한해 70억~80억달러에 이르는 외화수입을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는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미국의 실질적인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며 미 교육산업의 경제효과를 역설했다.
또 워싱턴D.C.에 포진한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보수적 성향의 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진보센터(CAP) 등 진보적 색깔의 연구소들은 글로벌 정치.외교.경제.사회정책 관련 아이디어나 제언을 봇물처럼 쏟아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일할 일부 인재를 브루킹스,CAP 연구원 중에서 발탁했다. 기껏해야 선거철 여론조사에 반짝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연구소나,인력 풀이 모자라 쩔쩔매는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변화와 희망을 노래했다. 그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자신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워싱턴 김홍열 =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