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의 '비호지킴림프종' 암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제조업체 근로자의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 암 사망과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 6개사 9개 사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반도체 공장 여성 근로자의 비호지킨림프종 암 발생률은 일반인을 1로 봤을 때 2.67로 나타났으며, 특히 조립공정의 생산직 여성은 5.16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비호지킨림프종은 신체의 림프계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 질환이다.

하지만 백혈병 발생과 사망 위험은 남성 근로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발생이나 사망 모두 낮고, 여성 근로자는 발생비가 1.31로 일반인보다 다소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림프조혈기계 암은 발생률이 매우 낮은 질병이기 때문에 그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추적기간이 10여년으로 다소 짧았다는 점, 조사된 자료에 과거 직무 및 공정이 세부적으로 기록돼 있지 않았다는 점, 과거 직업력이나 흡연 등 비직업적인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향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게 연구원의 견해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근로자 2명이 잇따라 백혈병으로 숨지자 유가족들과 노동시민단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 진상규명과 역학조사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10월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1998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근로자 18명이 백혈병·악성림프종에 걸려 그 중 9명이 숨졌고, 하이닉스 공장에서도 9명이 사망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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