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C&중공업 채권단협의회 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는 29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C&중공업에 15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메리츠화재관계자는 “은행권이 갖고 있는 대출채권과 선수환급보증서(RG) 발급에 대한 보증채무를 동일한 채권으로 취급,지원금액 비율을 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긴급자금 중 가장 많은 75.6%를 부담하라는 비합리적인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중공업 채권단협의회는 이날 C& 측이 요구한 150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에 대한 서면결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메리츠화재의 반대로 사실상 자금지원은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메리츠화재,우리은행 등 C&중공업 채권단은 대출채권과 보증채무와 관련된 지원금액 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 달 가까이 긴급 자금지원을 놓고 시간을 끌어왔다.

채권단은 일단 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은 긴급 자금지원과 관계없이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화재가 자금지원을 거부했지만 실사 작업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긴급 자금지원과 별개로 워크아웃을 위한 실사는 내년 3월초까지 진행되며 실사 후 정상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앞서 진행키로 한 긴급 자금지원이 결렬됨에 따라 C&중공업의 워크아웃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중공업이 당분간 긴급 자금지원 없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여 동안 C&중공업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이 지연되면서 해당 업체와 관련 협력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C&중공업의 경우 첫 선박을 인도하기 위해 조립중이던 엔진과 해상으로 배를 유도하기 위한 플로팅도크에 대한 대금결제가 미뤄지고 있어 몰수될 위기마저 맞고 있다.

또 실사후 회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나더라도 실제 자금 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긴급자금 150억원 중 76%에 대한 지원을 부담스러워한 메리츠화재가 10배 수준인 시설자금 1450억 원의 76%를 지원하는 안도 거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조원에 달하는 C&중공업의 RG를 발급할 은행과 RG를 보증할 보험사를 선정하기도 쉽지 않다.

C&중공업 관계자는 “결국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 지연으로 인해 C&중공업과 관련 협력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워크아웃 최종 결정이 나기도 전에 회사가 쓰러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