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펀드시장이 위축됐지만 이는 나쁜 경험이 아니라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협회는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증권업협회 선물협회 등과 함께 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된다.
윤 회장은 "협회장으로 취임했던 2004년 6월 164조원 규모였던 펀드 수탁액이 4년 반 만에 120% 증가한 360조원까지 늘었다"며 "특히 8조원이 채 안됐던 주식형펀드는 140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 속에 국내 증시가 유럽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비교적 선방한 것은 적립식펀드의 도움이 컸다"며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퇴임을 한달여 앞둔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윤 회장은 "펀드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데다 중국 등 일부 이머징 상품에서 고수익이 나자 펀드 투자는 '대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며 "한때 효자상품 역할을 했던 파생상품펀드들은 주가 급락으로 업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또 "펀드 시장이 커졌지만 일부 운용사로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자산운용 규모에 비해 펀드 수가 너무 많은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급락장은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좋은 교훈을 남겼다"며 "운용사는 리스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