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8년 주식시장이 드디어 폐장일을 맞았다.

올해 초 3000선을 기대하며 장밋빛 꿈에 젖어있던 코스피는 금융위기와 글로벌 부도 공포가 휩쓸면서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7년 중국 수혜주로 분류됐던 조선, 기계, 해운, 철강주 등이 몰락했고 음식료 통신 등 경기방어주의 부흥으로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 최대 화두가 중국이었다면 2008년 최대 화두로는 디레버리지를 꼽았다.

주식, 부동산, 상품 등 대부분 자산가격이 반토막이 나는 뼈아픈 경험을 했지만 한 해를 보내는 현재 시점에서는 잃은 것을 통해 내년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증시가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막연한 기대나 심리에 의한 판단보다는 눈높이를 낮추되 시장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코스피 폭락…또 폭락

1891.45로 2008년을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1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급락 추세가 지속되며 코스피는 10월 892.16으로 저점을 기록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확대되면서 11월 재차 1000선이 다시 붕괴됐다.
29일 현재까지 코스피는 연간하락률 41.1%를 기록하며 1980년 이후 역대 3번째 하락율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 역시 지난 1907년과 대공황이 있었던 1930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하락률을 보이면서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말 대비 2008년 12월 29일 현재 선진국 증시의 하락률을 -46%인데 반해 신흥국 증시는 -56%를 기록하면서 신흥시장은 글로벌 침체 우려 확산과 레버리지 축소 진행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졌으며 국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8조5000억원 매도를 시작으로 올해 전체 34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중국 테마株 지고 경기방어株 뜨고

2007년 급등하며 국내 증시 전체를 견인했던 중국 관련 업종들은 올해 코스피와 운명을 같이 했다. 철강금속 업종을 제외한 기계, 운수장비, 운수창고 업종 등은 모두 코스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이자 2007년 주도주 중 하나였던 현대중공업은 2007년 11월 55만원을 고점으로 찍은 뒤 2008년 10월에는 10만3000원까지 고꾸라졌다.

특히 건설(-59.1%), 증권(-53.6%), 비금속(-53.3%), 운수장비(-52%), 금융(-50.8%) 등의 업종들은 경기침체 우려의 직격탄을 맞으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부실과 미분양사태로 인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의 악영향을 그대로 받으며 코스피에 비해 더 하락했다.

반면 통신(-14.5%), 전기가스(-22.8%), 의약(-30.1%), 음식료(-31.9%) 등 이른바 경기방어업종과 원화약세 수혜주인 전기전자 업종은 상대적으로 적은 낙폭을 기록하며 약세장에서 방어주의 면모를 톡톡히 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증시 뭘 가져갈까?

올 한해 동안 많은 것을 잃었지만 잃은 것을 채우기 위한 복원 과정이 진행되면서 얻은 것도 많아진 시장이다. 내년 주식시장은 올해와는 달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올해 얻었던 것들이 내년에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는 지 여부에 따라 증시 흐름이 결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이미 금융위기의 완화와 모기지 금리의 안정 등에서 그 가능성을 미약하게나마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대우증권은 분석했다.

국내 외환시장이 이미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을 내년 증시 출발을 가볍게 해 줄 부분으로 꼽았다.

대우증권은 내년 주식시장도 그늘이 드리우겠지만 글로벌 위기의 점진적 치유 과정과 증시 복원을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격 거품이 많이 꺼졌고 적극적으로 정부가 통화 및 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장은 돈도 돌고 금융 시스템도 정상화(normalization)과정을 밟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