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희생ㆍ인내ㆍ근면' 상징
경제는 지난해보다 어렵고 총기ㆍ금융ㆍ세금 범죄 일어날 우려

중심 회복하려는 욕구 커져 하반기엔 한마음으로 '원상 회복'
여성의 목소리 커지고 언론ㆍ교육은 보수지향 세질 듯

지난해는 잘못된 판단과 성급한 오해,근거 없는 소문 등으로 인해 너무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문득 "모든 사람에게 고해야 할 너무나 많은 말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김수영 시인의 시 <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2008년은 <주역>의 '산지박괘(山地剝卦)'에 해당하는 해였다. 이는 땅 위에 높이 솟아있던 산의 아래가 깎여 무너지는 것을 나타낸 괘로서,사악한 세력이 득세하여 정의가 점점 그 힘을 잃어가는 위기 상황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괘 속에는 또한 험난한 시대에 위험을 피하고 쇠퇴ㆍ몰락에 대처하는 지혜와 방도가 숨겨져 있다.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그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무자(戊子)년은 또한 천간(天干)인 무토(戊土)가 지지(地支)인 자수(子水)를 극한 해였다. 자수는 정재(正財)가 되며,그것은 한국 경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자수는 상생(相生)보다는 상극(相剋)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수의 이런 성질과 무토로부터 받은 바 극 때문에 자수는 수생목(水生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다. 여기서 목(木)은 대한민국을 가리킨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시련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참담하고 비극적인 많은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국보 1호 숭례문 방화,금강산 관광객 피격,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수령 등이 그것이다. 여름 날씨가 예년보다 더 무덥고 길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컨대 무자년은 반음반양(半陰半陽)의 기운을 타고난 쥐의 암약하기 좋아하는 성질과 생(生)에 인색하고 극(剋)을 잘하는 자수(子水)의 속성이 유감없이 드러난 해였다고 생각된다.

2009년 기축(己丑)년은 소의 해이다. 소(丑)는 십이지의 두 번째 자리에 오는 동물로서 발굽이 두 쪽으로 갈라졌으며 그 성정은 지극히 유순하다. 소는 희생,인내,근면,천액(天厄) 등을 상징한다. 이런 점에서 기축년의 국운은 지난해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더 어려워지리라 본다.

기축의 기(己)는 음토(陰土)이며 여섯 번째 천간으로서 중앙을 상징하는 오행의 원기(元氣)이다. 모든 생물은 토(土)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생(生)도 성(成)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단옥재의 ≪설문해자주≫라는 책에서 기(己)는 중궁(中宮)이고,사람의 배(腹)를 상형하였다고 했다. 기(己)는 원래 잘 정돈된 새끼줄 모습을 상형하는 글자였다고 한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2009년에는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많은 놀라운 일들이 나라 안팎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는 납음오행에서도 그렇다. 무자ㆍ기축년은 벽력화(霹靂火),즉 벼락불의 해가 된다. 벼락불은 재앙을 동반하는 큰 변고 내지 변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1949년 기축년에 일어난 김구(金九) 선생의 암살사건이나 1889년 기축년에 있었던 4건의 농민항쟁은 이에 대한 참고자료다. 따라서 2009년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살아야 할 것 같다.

기토(己土)는 중정(中正)의 자리에서 사물의 정기를 축장(蓄藏)한 음토로서 종결과 완성을 의미하며 사람의 오장육부로는 비위장에 해당하고,오상(五常)으로는 신(信)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기토(己土)는 전체를 통합하고 포용하며 하나로 통일시켜 항구적으로 보전ㆍ유지시키려는 힘이 강하다. 그런데 기축년에는 지지와 음양오행이 같은 구조를 갖게 되고 또 내적으로 정관이 되는 갑목(甲木)과 합하여 이 기토(己土)가 양토(陽土)로 변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강한 관성(官星) 기운의 지배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은 지금보다 강화될 것 같고 여당 역시 정치적으로 지금과 같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강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면서 '경제 살리기 정책'에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며,한나라당 역시 그 강한 보수성향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국회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에는 이런 양상이 조금 달라지면서 야당의 목소리 또한 커질 것 같다. 그렇다고 민심이 야당으로 옮겨간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단지 기축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성향, 즉 중심잡기 운동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남북관계도 한동안 경색된 국면을 보이겠으나 후반기부터는 점차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천간인 기토가 북한을 상징하는 지지 축토(丑土)와 같은 오행이며 기토 또한 통일과 화합을 본질 속성으로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축년의 지지는 축(丑)이다. 십이지 가운데 두 번째에 속하는 축(丑)은 음중음(陰中陰)의 토(土)이다. 축토는 방위로는 북동방(北東方)이고 달로는 1년 중 가장 추운 음력 12월,시간으로는 새벽 1~3시를 상징한다. 소길의 ≪오행대의≫에 따르면 축은 만물이 계속 싹터서 연달아 자라는 것을 뜻한다. 축(丑)이라는 글자의 원의(原義)는 '묶는다'는 뜻을 가진 뉴(紐)자로부터 온 것인데 그 안에는 어떤 일이 끝나고 또 새롭게 시작된다는 이치가 내함돼 있다. '축(丑)'은 대한민국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글자이다. ≪주역≫ 괘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간괘방(艮卦方)이고 오행상으로는 축인방(丑寅方)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축년은 얽히고 맺힌 것들에서 벗어나 지난 일들을 새롭게 매듭짓는 해이며 새 판을 완성시켜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09년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번창해질 수 있는가 없는가를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감내해야 할 희생과 고통은 필설로는 다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축(丑)은 종교적 성향과 연관되는 화개살이나 평생 액운 때문에 고생한다는 천액성,그리고 금(金) 기운의 감옥이 된다는 금고(金庫)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2009년에는 종교,총기류,은행,금융,세금,광산 등과 관련된 범죄가 많이 발생하리라 유추해볼 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군사분계선의 분쟁 발생과 냉습으로 인한 과일,채소 등 농작물의 피해이다.

기축년은 또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 고장지(庫藏支)에 들어가 힘을 못 쓰는 해이다. 미국은 물론 그 영향권 안에 있는 우리나라 역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될 것 같다. 반면에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도 조금씩 나아져서 후반기에는 원상회복의 단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정부의 국토개발 정책에 힘입어 토목,건축 분야가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도처에서 높아지고 언론이나 교육은 보수지향적 입장을 강화시켜 나갈 것 같다.

올해 우리나라 국운은 중심을 회복하기 위해 진력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마도 봄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나 각종 시민단체 및 노조의 활동을 통해 극명하게 표출될 것 같다. 그리하여 분열보다는 화해가,나뉨보다는 통합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인창 대전대 철학과 교수/동양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