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의 '굴욕'…재분양도 청약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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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가구중 57가구 신청 제로…중소형만 체면치례
서울 은평뉴타운이 미계약 아파트 재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청약가점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만점 당첨자를 배출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어왔지만 주택시장 침체 앞에서 '천덕꾸러기'신세가 됐다.
30일 SH공사에 따르면 은평뉴타운은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재분양(124가구)에서 46%인 57가구가 단 1건의 청약신청도 받지 못했다.
재분양은 작년과 올해 7월까지 공급됐던 1·2지구 일반분양 아파트 가운데 계약이 이뤄지지 못한 물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예비당첨자 131명이 추가계약 기회를 얻었지만 전체 137가구 중 13가구만 팔리고 124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번에 미달된 아파트는 세 번째 '퇴짜'를 맞은 셈이다. 중소형 아파트 강세로 전체 청약경쟁률이 2.98대 1을 기록해 그나마 체면을 세웠을 뿐이다.
저조한 분양 성적은 대형 아파트가 주도했다. 93가구가 공급된 167㎡(50평)형 이상 아파트는 44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47대 1에 그쳤다.
특히 210㎡형은 11개 타입 가운데 3개 타입만 미달사태를 막았을 뿐이다. 26가구 공급에 7명이 청약신청해 경쟁률은 0.27대 1을 기록했다. 대형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웃돈이 거의 사라진데다가 전매제한까지 풀리면서 굳이 청약통장까지 사용하면서 분양을 받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형 아파트는 사실상 '제로 프리미엄' 상태에 빠졌다. 재분양된 아파트가 대부분 저층에 몰려 있다는 점도 청약 매력을 잃게 했다. 게다가 후분양 아파트여서 자금 마련 기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번에 당첨되면 내년 1월9일에 계약금(20%)을 내고 2월28일 중도금(20%),4월30일에는 잔금(60%)을 내야 한다. 분양가가 8억8000만원인 1지구 2블록 213㎡A형의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이 각각 1억7600만원이고 잔금이 5억2800만원이다. 하지만 주택거래가 끊기고 대출 받기도 쉽지 않아 자금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아직까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는 중소형 아파트는 두자릿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13~115㎡(33평)형은 12가구 모집에 209명이 청약해 1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9가구가 공급된 136~151㎡(41~46평)형도 117명의 청약자를 끌어들였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보류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여전히 2010년까지 전매가 금지되지만 청약열기는 뜨거웠다.
대형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 부담이 덜 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시세차익 기대감이 분양성적을 좌우했다는 얘기다. 분양가는 최초 분양가와 똑같은 3.3㎡당 1040만~1360만원 선이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미분양 사태는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신규 분양 예정인 은평뉴타운 2·3지구의 대형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형 아파트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서울 은평뉴타운이 미계약 아파트 재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청약가점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만점 당첨자를 배출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어왔지만 주택시장 침체 앞에서 '천덕꾸러기'신세가 됐다.
30일 SH공사에 따르면 은평뉴타운은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재분양(124가구)에서 46%인 57가구가 단 1건의 청약신청도 받지 못했다.
재분양은 작년과 올해 7월까지 공급됐던 1·2지구 일반분양 아파트 가운데 계약이 이뤄지지 못한 물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예비당첨자 131명이 추가계약 기회를 얻었지만 전체 137가구 중 13가구만 팔리고 124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번에 미달된 아파트는 세 번째 '퇴짜'를 맞은 셈이다. 중소형 아파트 강세로 전체 청약경쟁률이 2.98대 1을 기록해 그나마 체면을 세웠을 뿐이다.
저조한 분양 성적은 대형 아파트가 주도했다. 93가구가 공급된 167㎡(50평)형 이상 아파트는 44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47대 1에 그쳤다.
특히 210㎡형은 11개 타입 가운데 3개 타입만 미달사태를 막았을 뿐이다. 26가구 공급에 7명이 청약신청해 경쟁률은 0.27대 1을 기록했다. 대형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웃돈이 거의 사라진데다가 전매제한까지 풀리면서 굳이 청약통장까지 사용하면서 분양을 받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형 아파트는 사실상 '제로 프리미엄' 상태에 빠졌다. 재분양된 아파트가 대부분 저층에 몰려 있다는 점도 청약 매력을 잃게 했다. 게다가 후분양 아파트여서 자금 마련 기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번에 당첨되면 내년 1월9일에 계약금(20%)을 내고 2월28일 중도금(20%),4월30일에는 잔금(60%)을 내야 한다. 분양가가 8억8000만원인 1지구 2블록 213㎡A형의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이 각각 1억7600만원이고 잔금이 5억2800만원이다. 하지만 주택거래가 끊기고 대출 받기도 쉽지 않아 자금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아직까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는 중소형 아파트는 두자릿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13~115㎡(33평)형은 12가구 모집에 209명이 청약해 1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9가구가 공급된 136~151㎡(41~46평)형도 117명의 청약자를 끌어들였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보류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여전히 2010년까지 전매가 금지되지만 청약열기는 뜨거웠다.
대형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 부담이 덜 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시세차익 기대감이 분양성적을 좌우했다는 얘기다. 분양가는 최초 분양가와 똑같은 3.3㎡당 1040만~1360만원 선이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미분양 사태는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신규 분양 예정인 은평뉴타운 2·3지구의 대형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형 아파트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