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웃음 타이밍 살려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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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웃음 타이밍 살려내 대박"
안병기 토일렛픽쳐스 대표
순제작비 25억 스타급 배우 없이도 최소 100억 이상 수익 기대
평균제작비 보다 적게 쓰고 스타 배우도 없이 개봉 4주 만에 420만 관객 돌파.차태현과 박보영이 주연한 코미디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이 올해 한국영화 중 최대 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일 개봉된 이 영화는 갈수록 관객이 늘면서 30일 현재 42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최대 수익을 올린 '추격자'(500만명)도 금방 제칠 것으로 보인다. 총제작비(배급비용 포함) 70억원의 '추격자'가 80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데 비해 순제작비 25억원인 '과속스캔들'은 최소 100억원 이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유명한 안병기 토일렛픽쳐스 대표(42).'폰''가위''분신사바' 등을 연출해 연속 '안타'를 때린 그가 코미디물 제작자로 변신해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흥행 이유를 알기 위해 영화를 '복기'해 봤습니다. 공포물과 코미디물은 언뜻 상반된 듯 싶지만 타이밍의 미학이 강조되는 장르라는 공통점을 지녔더군요. 공포물에서 관객의 비명을 끌어내는 순간이 중요하듯,코미디물에서도 웃음을 도출하는 상황이 핵심이죠.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웃음의 타이밍이 잘 살아있어 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그러나 투자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코미디 장르의 관습에서 비켜나 있었던 것.얼굴마담 격인 차태현의 티켓파워는 약했고,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도 신인이었다.
게다가 코미디물의 핵심 요소로 여겨졌던 말 장난이나 몸 개그는 없고 30대 할아버지와 20대 딸,여섯 살 손자 등 '이상한 3대'의 얘기가 전부였다. 6개월 동안 '문전박대'를 당한 그는 하는 수 없이 제작사 측 수익 지분(전체의 40%)의 절반을 포기한 뒤에야 소빅창투와 디씨지플러스,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투자를 간신히 끌어냈다.
"투자유치의 걸림돌이야말로 흥행 비결이더군요. 최근의 코미디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정형화됐기 때문이죠.그런데 요즘 방송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옛날식 몸 개그는 거의 없고,리얼리티쇼처럼 편안하게 진행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과속스캔들'도 리얼리티 코미디라 할 수 있지요. 억지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내는 리얼리티의 힘.그게 가장 큰 흥행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
그는 지금의 코미디영화들이 크게 두 가지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욕설과 액션을 섞은 '조폭코미디'류와 도발적인 캐릭터를 내세운 '엽기적인 그녀'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연출한 세 작품도 나름대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관객 수가 갈수록 줄었어요. 결국 네 번째 작품에서는 쓴 맛을 봤죠.톱스타와 흥행공식에 맞는 시나리오로 투자사들이 몰렸던 작품인데 70만명에 그쳤습니다. 제 스스로 장르의 틀에 안주했던 거지요. 투자사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보다는 톱스타와 정형화된 영화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그게 흥행에는 독이거든요. 한국 영화의 침체도 이런 매너리즘에서 온 듯싶습니다. "
지난 2년간 연출을 중단했던 그는 내년에 '못'이란 공포영화로 메가폰을 다시 잡는다. 그러나 원한과 복수의 사연을 담았던 전작들에서 벗어나 이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극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리얼리티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순제작비 25억 스타급 배우 없이도 최소 100억 이상 수익 기대
평균제작비 보다 적게 쓰고 스타 배우도 없이 개봉 4주 만에 420만 관객 돌파.차태현과 박보영이 주연한 코미디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이 올해 한국영화 중 최대 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일 개봉된 이 영화는 갈수록 관객이 늘면서 30일 현재 42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최대 수익을 올린 '추격자'(500만명)도 금방 제칠 것으로 보인다. 총제작비(배급비용 포함) 70억원의 '추격자'가 80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데 비해 순제작비 25억원인 '과속스캔들'은 최소 100억원 이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유명한 안병기 토일렛픽쳐스 대표(42).'폰''가위''분신사바' 등을 연출해 연속 '안타'를 때린 그가 코미디물 제작자로 변신해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흥행 이유를 알기 위해 영화를 '복기'해 봤습니다. 공포물과 코미디물은 언뜻 상반된 듯 싶지만 타이밍의 미학이 강조되는 장르라는 공통점을 지녔더군요. 공포물에서 관객의 비명을 끌어내는 순간이 중요하듯,코미디물에서도 웃음을 도출하는 상황이 핵심이죠.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웃음의 타이밍이 잘 살아있어 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그러나 투자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코미디 장르의 관습에서 비켜나 있었던 것.얼굴마담 격인 차태현의 티켓파워는 약했고,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도 신인이었다.
게다가 코미디물의 핵심 요소로 여겨졌던 말 장난이나 몸 개그는 없고 30대 할아버지와 20대 딸,여섯 살 손자 등 '이상한 3대'의 얘기가 전부였다. 6개월 동안 '문전박대'를 당한 그는 하는 수 없이 제작사 측 수익 지분(전체의 40%)의 절반을 포기한 뒤에야 소빅창투와 디씨지플러스,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투자를 간신히 끌어냈다.
"투자유치의 걸림돌이야말로 흥행 비결이더군요. 최근의 코미디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정형화됐기 때문이죠.그런데 요즘 방송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옛날식 몸 개그는 거의 없고,리얼리티쇼처럼 편안하게 진행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과속스캔들'도 리얼리티 코미디라 할 수 있지요. 억지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내는 리얼리티의 힘.그게 가장 큰 흥행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
그는 지금의 코미디영화들이 크게 두 가지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욕설과 액션을 섞은 '조폭코미디'류와 도발적인 캐릭터를 내세운 '엽기적인 그녀'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연출한 세 작품도 나름대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관객 수가 갈수록 줄었어요. 결국 네 번째 작품에서는 쓴 맛을 봤죠.톱스타와 흥행공식에 맞는 시나리오로 투자사들이 몰렸던 작품인데 70만명에 그쳤습니다. 제 스스로 장르의 틀에 안주했던 거지요. 투자사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보다는 톱스타와 정형화된 영화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그게 흥행에는 독이거든요. 한국 영화의 침체도 이런 매너리즘에서 온 듯싶습니다. "
지난 2년간 연출을 중단했던 그는 내년에 '못'이란 공포영화로 메가폰을 다시 잡는다. 그러나 원한과 복수의 사연을 담았던 전작들에서 벗어나 이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극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리얼리티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