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내 금융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연중 고점까지 원달러 환율이 62.9%가 상승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방불케 했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이 내린 1259.5원으로 마감됐다.장중 1260원선에 도달하기도 했지만 당국 시장개입 우려로 결국 1250원대에서 마감됐다.
연말 환율이 네 자리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환율 급등…당국 직간접 시장개입
이날 종가는 2007년 12월 28일 936.10원보다 34.54%(323.4원)이 급등한 것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해외자산에 대한 기업 회계 불이익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환율 관리에 들어간 덕분에 1200원대 중반으로 마무리됐다.
원달러 환율은 12월 초까지만해도 1400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 기업들이 매출 증가에도 환차손 때문에 연말 결산시 적자 회계로 마감할 것이라고 불안해 하자 외환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찾으면서 이달만 180.5원이 하락했다.
◆'제2의 외환위기' 논란
올해 환율은 연초 이후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11월 21일 1525원을 기록, 62.9% 폭등하기도 했다.
또 올 한해 동안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율은 25.7%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또다시 '외환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외환위기는 환율 폭등과 외환보유액의 급감, 또는 두가지 변동률의 합계를 기준으로 정의한다"며 "올해 우리나라 환율은 900원대 초반에서 1500원대를 두 번씩이나 돌파하는 등 단기간에 60% 이상 급등했다는 측면에서 분명 '외환위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위기 의식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 10월말 한미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300억달러로 확대한데 이어 이달들어 한·중·일 양자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각각 300억달러로 확대하는 등 '외환 마이너스통장'을 900억달러로 늘려놓았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달러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단기적인 환율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었으나, 근본적인 원화약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환차손에 무너지는 기업들
올 한해 수출기업들이 환율 폭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많은 중소 수출업체들이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율의 이상 급등으로 원금의 2~3배에 달하는 외화를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487개 키코 가입 기업의 손실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물가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엔화대출자들과 유학생 부모 등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년 간 엔화 대비 원화의 절하율은 무려 40.70%에 달했다.
◆환율 전망…내년 초 불안 뒤 점진적 하락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들은 2009년 환율전망과 관련, 각종지표들이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월에는 환율 상승이 예상되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다 한국과 주요 국가들 간의 스와프계약 체결 등으로 국내 외화자금 경색이 완화되고, 경상수지 흑자전환으로 수급면에서도 원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누적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전망되는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고 국내 다른 부실문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감소할 여지도 많아 상반기까지는 환율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선물은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통화완화정책으로 세계 경기가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라며 이로 인한 신용위험의 대폭 축소로 외화수급은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도 한국과 주요 국가들 간 스와프 계약체결로 900억 달러 정도의 단기 유동성이 확보됐다는 점을 환율 하락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대신경제연구소도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 완화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외화차입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분기별 환율 평균치를 ▲1분기 1550원 ▲2분기 1550원 ▲3분기 1450원 ▲4분기 1350원로 제시했다. 분기별 최저는 1분기 KB투자증권(1220원), 2분기 KB투자증권(1170원), 3분기 대신경제연구소(1100원), 4분기 대신경제연구소(1040원)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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