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인 에드워드(44) 왕자가 왕실 사유지에서 사냥개들에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의 사진들이 공개돼 '동물학대'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 사진에서 에드워드 왕자는 왼쪽 옆구리에 엽총을 낀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약 1.2m 길이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검은 래브라도 종 사냥개 두 마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에드워드 왕자가 이 지팡이를 내려치자 놀란 사냥개들이 도망가거나 움츠리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이 사진들은 에드워드 왕자가 지난 27일 영국 노퍽의 왕실 가족 소유 샌드링엄 영지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이 지방의 사진가가 포착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목격자는 왕자가 "개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매우 큰 지팡이로 사냥개들을 3차례 때렸다"라면서 사냥감 몰이가 끝나고 죽은 꿩을 물러 간 개들이 꿩을 두고 다투기만 하자 왕자가 개들에게 벌을 주려고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버킹엄 궁 대변인은 에드워드 왕자가 죽은 꿩을 두고 서로 다투는 개들을 말리기 위해 지팡이를 휘두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왕자가 사냥개들을 실제로 학대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왕자의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이 사진과 관련해서 10여건의 탄원을 받았다며 공식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조사 단계는 아니며 다른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노퍽의 경찰도 사진을 찍은 사진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다른 목격자들을 찾는 등 조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왕자를 직접 조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잡지 '도그 투데이'의 편집자인 베벌리 커디는 "여왕은 동물보호단체인 RSPCA와 도그 트러스트(Dog Trust)의 후원자이지만, 그녀의 아들은 비열한 행동을 했다"라며 에드워드 왕자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러나 애견가협회의 캐럴라인 키스코는 개들이 싸우다가 다치지 않도록 지팡이로 위협하며 떨어뜨리려 했을 것이라며 에드워드 왕자 측의 해명을 지지했다.

영국 왕실의 동물 학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해리 왕자는 같은 장소에서 희귀조류인 잿빛개구리매를 총으로 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