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55억弗 구제금융 요청"
러 정부, 경기 부양에 3400억弗 투입

러시아의 부흥을 상징하던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급격히 추락하는 러시아 경제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9일 1년 전만 해도 가즈프롬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 자리를 넘봤지만 지금은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려 정부 측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가즈프롬은 5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고유가와 크렘린(러시아 정부)의 지원사격 덕에 시가총액 기준으로 엑슨모빌과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어 세계 3위 기업에 올랐던 가즈프롬은 올 들어 주가가 76% 급락했다. 2014년까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850억달러로 쪼그라들며 세계 35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가즈프롬의 주가 추락은 495억달러에 달하는 빚 때문이다. 브릭스를 대표하는 나머지 3개국인 인도 중국 브라질에서 내년에 돌아오는 부채를 전부 합쳐도 56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가즈프롬의 부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가즈프롬의 막대한 부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절 강행된 기업 재국유화의 선봉에 선 탓이다. 가즈프롬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시절에도 가스전 개발보다는 민영기업과 외국기업이 소유한 자산을 서방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사들이는 데 열중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상환 압박이 가중되면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가즈프롬은 주가 추락을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자가 적은 모스크바 증시에 상장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 손실을 내고 있는 농업과 언론 부문 등의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등 자본지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즈프롬의 이 같은 뚝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에 총 34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30일 이타르타스 통신이 정부 보고서를 인용,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1년 정부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이 돈을 정부 예산과 적립준비금 등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2003년부터 유가 하락에 대비해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온 러시아는 지난 2월 이 기금을 적립준비금과 국외 투자를 위한 국부펀드로 이원화시켰으며 지난 1일 현재 적립준비금은 1230억달러,국부펀드는 720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는 또 핵심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과 지급보증을 위해 100억달러를 별도로 준비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