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철ㆍ박영배 → 지분 인수 ‥ 박진호ㆍ손병일 → 대표 맡아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통상 후선에서 자문을 맡는 변호사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라 관심이다.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장내에서 주식 매입에 나서는가 하면 아예 코스닥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로 활동하는 일도 있다.


증시에서는 해박한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변호사들이 코스닥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것에 신선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가로서 경영목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단기 차익을 노린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우일의 황민철 변호사는 코스닥 기업 굿이엠지의 지분 12.97%를 장내 매입해 기존 대주주인 썬페트로(12.92%)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 회사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호재성 재료로 작용,이날 가격제한폭인 500원으로 치솟았다.

황 변호사는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데다 대주주 지분이 많지 않아 지분을 매입했다"며 "향후 회계장부 열람 등을 청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예 거금을 들여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박영배법률사무소의 박영배 변호사는 이달 초 대체에너지 개발업체인 오디코프 경영권과 지분 19.54%를 11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법무법인 대륙의 김대희 경영총괄 변호사는 지난해 에이로직스 경영권과 주식 130만주를 133억원에 인수해 현재까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유명했던 이종무 변호사도 지난해 이지에스를 직접 인수했다가 매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변호사들이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 참여를 표방하고 지분을 매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병양 변호사는 지난 10월 서한 지분 9%를 투자목적으로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법률사무소 '사람과사람'의 임종태 변호사가 스타맥스 주식 470만주(7.89%)를 장내 매수하며 적대적 M&A를 시도했었다. 이재욱법률사무소의 이재욱 변호사도 에이디피엔지니어링 지분 5%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또 지분은 없지만 변호사들이 코스닥 기업 대표를 맡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법무법인 다울의 박진호 변호사는 지난달 하이럭스 대표에 재선임됐고,수원지방 변호사회 소속 손병일 변호사도 이롬텍 대표를 맡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직업의 특성상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법무법인의 M&A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 자문시장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몫' 잡으려고 코스닥시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지냈던 박병무 변호사를 빼고는 좋은 전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변호사들이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등 관련된 회사들 가운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변호사들은 법률지식이 해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을 분석하는 안목이나 경영 비전 등에서는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