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은 선(先)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노조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유출한 기술을 환원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30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쌍용차 지원은 대주주가 우선"이라며 회생을 위한 상하이차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인건비 논란 가중

상하이차와 쌍용차 경영진은 최근 "인건비를 줄이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1~3월 쌍용차 생산직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초과근무 수당 제외)는 308만원으로,현대자동차(316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기아자동차와 GM대우차는 각각 300만원,282만원이었다.

사측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인건비 비중이 다른 회사는 8%선인데,쌍용차는 2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적정 인건비 수준을 매출액 대비 10% 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쌍용차 위기가 상하이차의 투자약속 위반에서 비롯됐기 때문에,유동성 위기의 돌파구를 인력 구조조정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연간 수백만대를 생산하는 회사와 비율로만 단순 비교하거나 연구개발 인력을 포함해 비교하는 것은 자의적"이라며 "상하이차가 2005년 인수한 뒤 쌍용차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맞받아쳤다.

상하이차 발빼기 수순?

업계에선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국내 철수를 위한 명분쌓기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조에 감원 공포를 확산시켜 노사갈등을 유도한 다음 쌍용차 파산을 통해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금 5900억원을 투입한 뒤 4년째 투자하지 않은 상하이차가 글로벌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 회생 가능성이 낮은 쌍용차에 자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쌍용차 노조는 상하이차 철수를 의식,30일 경기 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상하이차가 유출한 기술을 되돌리지 않고 은근슬쩍 도망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없이 구조조정만 요구한다면 국부 유출 사기로 상하이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정부가 해외 매각에 따른 자동차산업 몰락의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를 겨냥했다. 노조가 상하이차 철수를 예상하고,추후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 개입을 간접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사측은 노조 기자회견 직후 관리직 및 현장관리 감독자 명의로 '기업회생을 위한 결의문'을 내고 "상하이차의 투자약속 이행이나 기술유출 오해 등 소모적 논쟁을 중지하고 내부 비효율 요소부터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희/조재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