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올해 달러 및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키코’와 같은 장외 통화옵션파생상품으로 큰 환손실을 입었지만 오히려 원칙을 고수한 외환관리로 위험을 피해간 기업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이들은 모두 수입업체로 무리한 환 투기 보다 헤지(위험회피) 본연의 목적에 맞춰 미리 정해놓은 규칙을 고수했고 해당 부서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를 포함한 회사 전체가 환관리에 관심을 가진 것 등이 공통점이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는 장내 통화선물을 이용한 환리스크관리 최우수 기업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삼영무역을, 우수기업으로는 비상장 업체인 화인스틸을 각각 선정해 시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화공약품 유통업체인 삼영무역은 월 500만달러의 수입 물량에 대해 장내 통화선물과 은행과의 선물환 계약을 통해 헤지에 나섰다.특히 거래소의 통화선물 규모는 약 480계약, 2400만달러 정도로 선물회사에 맡겨 주식처럼 프로그램 매매로 운용했다.삼영무역 관계자는 “올해 중반부터 은행쪽 선물환 계약보다 장내 통화선물의 비용이 덜 들어가 적극 이용했다”며 “특히 환율이 급등할 때는 선물을 추격 매수하는데 부담이 있었지만 당장의 손익에 연연하지 안고 당초 세운 원칙대로 매수 헤지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게 거래처가 상품을 선적한 후 삼영무역이 결제를 마치는데까지 두 달이 걸리지만 회사측은 일단 거래가 확정되면 최소 한달여 전부터 수입팀 및 관리 부서가 매 건마다 최적의 시점을 골라 외환 확보에 나섰다.그 덕분에 타 업체들보다 수입단가가 낮아지면서 경쟁력을 높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미국와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조선소 등에 납품하는 철강재 업체 화인스틸도 장내 통화선물을 잘 이용했다.이 회사는 연간 각각 1억5000만달러와 200억에 달하는 환리스크 노출금액 중 상당수를 최근월 달러 선물로 헤지한 후 만기가 오면 해당 경과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월(롤 오버)하는 방식을 이용했다.상반기부터 환율상승을 예상해 충분히 통화선물을 잡아놓은 덕분에 올해 선물환 이익만 40~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거래소 선물시장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수상한 업체들은 환 투기 목적이나 허수 주문 없이 통관과 결제 등 실제 사용할 금액에 대해 체계적으로 외환 리스크를 관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특정 상품에 현혹되지 않고 헤지 방법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회사 전체가 환관리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어 모범이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소측은 내년부터 기업 및 업계의 건의를 바탕으로 달러선물의 기본 단위를 인하하고 만기전 실물인수도(EFP) 제도와 만기 및 행사가격 등을 협의하에 결정하는 ‘플레서블 상품’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