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진 여야의 마라톤 협상이 무위로 돌아갔다. 마지막 쟁점인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관련법과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끝내 '합의'와 '협의'의 차이를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두 쟁점 처리를 내년 2월 국회까지 미룰 수 있다고 민주당에 제안하며 극적 타결을 시도했다. 민주당이 극렬히 반대해온 미디어 관련법과 한ㆍ미FTA 비준안의 연내 처리 방침을 양보하는 대신 민주당의 '협의 처리' 약속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야 '합의 처리'를 고집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협의 처리'는 여야 간 논의를 진행한 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해진 시한 내에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는 것이고,민주당이 요구하는 '합의 처리'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양보안을 제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이 제안도 받지 않는다면 사회개혁 법안을 포함한 85개 법안을 전부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국회의장이 즉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줘야 한다. 의장도 우리 충정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안은 (법안 처리 시한을) 2개월 연명하자는 것일 뿐"이라며 "한ㆍ미FTA 비준안 및 미디어 관련법과 관련해 합의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게 우리의 최후 타협선"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한나라당은 방송법이나 FTA는 여권 전체의 정책과 관련 있으므로 협상의 재량권이 없는 상황이라 협상이 어렵다"고 맞섰다.

한나라당은 홍 원내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의총을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했으나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내년 2월 처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 여야의 또 다른 쟁점인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는 이날 협상에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완화 등을 '경제살리기 법안'에 포함시켜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