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재건축 용적률은 고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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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아마추어 같이…" "재건축 용적률 300% 단지를 서울 강남권에 쏟아낸다고?"
최근 인터넷에 국토부의 한 주택정택을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개그 유행어가 떠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비판 대상은 국토부가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재건축 용적률 상한선 허용'이다. 내용인즉 "그렇잖아도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강남권에 용적률을 50%씩이나 높여서 무작정 주택을 쏟아부으면 나중에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대책은 지난달 3일 정부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밝혔다. 나오자마자 뜨거운 찬반논란이 일었다. 현행 국토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국계법)에 일반주거지역 재건축 용적률은 등급(1,2,3등급)에 따라 200~300%까지로 매겨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들이 각자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이보다 훨씬 낮게 적용해오고 있다. 서울시도 50% 낮춰서 쓰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달 재건축단지의 '국계법상 상한선 의무 적용'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했고,이후 국토부와 한 달여간 협의해왔으나 정부 측의 상향 방침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결국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해 '국계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되 어느 정도의 하향 조정권만 두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개발의 최후 보호막인 용적률을 국토부가 마치 고무줄 다루듯 '함부로 취급'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용적률 상한선은 각 도ㆍ시들이 몇 십년을 두고 아껴써야 하는데 국토부가 오직 주택 추가 공급에만 눈이 팔려 예상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권 모든 주택단지들이 용적률 상한선을 쓰게 되면 앞으로 30~40년 이후에는 재건축이 불가능해져 대부분의 주택단지가 슬럼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과도한 주택물량 증가는 상업ㆍ교육ㆍ공공시설 등의 부대시설 확대로 이어지고,돌이키기 힘든 교통난과 환경ㆍ대기오염 등의 후유증을 낳는다.
더욱이 국토부와 여당 관계자는 한 토론회에서 "용적률을 50%만 높이면 신도시 한 개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며 "홍콩은 서울보다 훨씬 높은 용적률로 개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이 어째서 수많은 선진국 도시를 놔두고,하필이면 홍콩처럼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용적률 상한선을 활용한 재건축은 강남권 3개구의 개별단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재건축 추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준공 이후에는 오히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용적률 300%짜리 고밀도 재건축 단지는 2000년대 초반에 상당수 등장했지만,주택시장에서는 인기가 썩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백년대계의 도시개발 대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 쾌적성을 유지하면서도,재건축이 진척될 수 있는 '조화로운 용적률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왜 이래,아마추어처럼…"이란 애정어린 비판을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말 속에는 아직도 국토부가 도시ㆍ국토 관리에 프로페셔널이라고 보는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 차장 yspark@hankyung.com
최근 인터넷에 국토부의 한 주택정택을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개그 유행어가 떠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비판 대상은 국토부가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재건축 용적률 상한선 허용'이다. 내용인즉 "그렇잖아도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강남권에 용적률을 50%씩이나 높여서 무작정 주택을 쏟아부으면 나중에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대책은 지난달 3일 정부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밝혔다. 나오자마자 뜨거운 찬반논란이 일었다. 현행 국토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국계법)에 일반주거지역 재건축 용적률은 등급(1,2,3등급)에 따라 200~300%까지로 매겨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들이 각자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이보다 훨씬 낮게 적용해오고 있다. 서울시도 50% 낮춰서 쓰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달 재건축단지의 '국계법상 상한선 의무 적용'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했고,이후 국토부와 한 달여간 협의해왔으나 정부 측의 상향 방침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결국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해 '국계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되 어느 정도의 하향 조정권만 두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개발의 최후 보호막인 용적률을 국토부가 마치 고무줄 다루듯 '함부로 취급'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용적률 상한선은 각 도ㆍ시들이 몇 십년을 두고 아껴써야 하는데 국토부가 오직 주택 추가 공급에만 눈이 팔려 예상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권 모든 주택단지들이 용적률 상한선을 쓰게 되면 앞으로 30~40년 이후에는 재건축이 불가능해져 대부분의 주택단지가 슬럼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과도한 주택물량 증가는 상업ㆍ교육ㆍ공공시설 등의 부대시설 확대로 이어지고,돌이키기 힘든 교통난과 환경ㆍ대기오염 등의 후유증을 낳는다.
더욱이 국토부와 여당 관계자는 한 토론회에서 "용적률을 50%만 높이면 신도시 한 개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며 "홍콩은 서울보다 훨씬 높은 용적률로 개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이 어째서 수많은 선진국 도시를 놔두고,하필이면 홍콩처럼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용적률 상한선을 활용한 재건축은 강남권 3개구의 개별단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재건축 추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준공 이후에는 오히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용적률 300%짜리 고밀도 재건축 단지는 2000년대 초반에 상당수 등장했지만,주택시장에서는 인기가 썩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백년대계의 도시개발 대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 쾌적성을 유지하면서도,재건축이 진척될 수 있는 '조화로운 용적률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왜 이래,아마추어처럼…"이란 애정어린 비판을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말 속에는 아직도 국토부가 도시ㆍ국토 관리에 프로페셔널이라고 보는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 차장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