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키코 효력정지 파장] 은행 불완전 판매 인정…무더기 소송 이어질듯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은행 불완전 판매 인정, 무더기 소송 이어질듯
법원이 30일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모나미 등이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계약효력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기업의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한 현실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일단 계약의 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계약 이후 예상치 못한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업들의 손실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일단 계약의 효력을 정지시킨 후 적법성 여부를 따져보자는 게 이날 결정문의 취지다. 다만 키코 계약 과정에서의 일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인정하고,효력 정지에 따른 대지급 부담을 은행이 지도록 한 점은 이전과는 달라진 판단이다. 다만 이날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가 지난 19일에는 유사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어 키코 계약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의 불안전 판매 일부 인정
재판부는 일단 이번 키코 계약의 구조 자체가 기업에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계약조건들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은행이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 감수 능력이 낮은 기업에 이 같은 거래를 권유할 경우 거래 상대방의 재무상황과 상품에 대한 이해 정도,위험관리 능력 등을 감안해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거래를 권유해서는 안 된다며 은행의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실제로 모나미의 경우 올 3분기까지 키코 계약으로 58억원의 손실을 입어 당기순손실만 71억원을 기록했고,디에스LCD 역시 평가손실이 1017억원에 달하면서 기업 신용도 하락과 유동성 부족 등의 경영위기 상황에 처했다. 은행이 사실상 무제한 손실이 내재된 계약을 권유하면서도 이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은행은 최악의 경우 키코 계약으로 어떠한 사태가 초래하는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사태에 관해 충분한 이해를 얻은 다음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ㆍ가처분 신청 잇따를 듯
재판부가 급격한 사정 변경을 이유로 기업의 일방적 계약 해지를 인정하면서 키코 기업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달 3일 계약 해지를 요청한 모나미 등은 만기 도래 때까지 추가적인 손실 부담을 떠안지 않게 됐다.
계약에 따라 반대 거래의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대지급 의무를 은행이 지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SC제일은행이 올 3분기까지 파생상품 순이익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나 많은 4487억원을 올린 만큼 대지급에 따른 은행의 손해가 기업들이 입는 손해에 비해 부담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미 발생한 거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열어놨다. 재판부는 다만 "실제 배상액은 기업의 과실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재호 주심판사는 "계약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계약 이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는 사정 변경에 따라 해지권을 인정한 취지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심기/박민제 기자 sglee@hankyung.com
일단 계약의 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계약 이후 예상치 못한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업들의 손실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일단 계약의 효력을 정지시킨 후 적법성 여부를 따져보자는 게 이날 결정문의 취지다. 다만 키코 계약 과정에서의 일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인정하고,효력 정지에 따른 대지급 부담을 은행이 지도록 한 점은 이전과는 달라진 판단이다. 다만 이날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가 지난 19일에는 유사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어 키코 계약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의 불안전 판매 일부 인정
재판부는 일단 이번 키코 계약의 구조 자체가 기업에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계약조건들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은행이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 감수 능력이 낮은 기업에 이 같은 거래를 권유할 경우 거래 상대방의 재무상황과 상품에 대한 이해 정도,위험관리 능력 등을 감안해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거래를 권유해서는 안 된다며 은행의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실제로 모나미의 경우 올 3분기까지 키코 계약으로 58억원의 손실을 입어 당기순손실만 71억원을 기록했고,디에스LCD 역시 평가손실이 1017억원에 달하면서 기업 신용도 하락과 유동성 부족 등의 경영위기 상황에 처했다. 은행이 사실상 무제한 손실이 내재된 계약을 권유하면서도 이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은행은 최악의 경우 키코 계약으로 어떠한 사태가 초래하는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사태에 관해 충분한 이해를 얻은 다음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ㆍ가처분 신청 잇따를 듯
재판부가 급격한 사정 변경을 이유로 기업의 일방적 계약 해지를 인정하면서 키코 기업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달 3일 계약 해지를 요청한 모나미 등은 만기 도래 때까지 추가적인 손실 부담을 떠안지 않게 됐다.
계약에 따라 반대 거래의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대지급 의무를 은행이 지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SC제일은행이 올 3분기까지 파생상품 순이익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나 많은 4487억원을 올린 만큼 대지급에 따른 은행의 손해가 기업들이 입는 손해에 비해 부담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미 발생한 거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열어놨다. 재판부는 다만 "실제 배상액은 기업의 과실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재호 주심판사는 "계약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계약 이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는 사정 변경에 따라 해지권을 인정한 취지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심기/박민제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