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속수무책…美·日·中보다는 '선방'

증시가 폐장일인 30일 장 막판까지 상승세를 유지,내년 증시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살리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6.88포인트(0.62%) 오른 1124.47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폐장일 상승률은 1980년 이후 28년간 평균 상승률(0.5%)을 웃도는 것이다.

올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울했지만 코스피지수가 지난 10월24일의 연중 최저치(938)보다 190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마감돼 새해를 기약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가 여전히 큰 부담이지만 내년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 효과와 풍부한 유동성에서 증시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종우 HMC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가운데 바닥을 높여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가성적 세계 12위

올 코스피지수는 부진했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덜 떨어져 전 세계 47개국 가운데 12위에 올라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40.7%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는 52.85% 떨어졌다. 이 같은 코스피 하락률은 2000년(50.92%) 이후 최대였으며 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는 개장 이래 하루 최대폭인 157포인트나 출렁거렸고 월간 사상 최대 하락폭(335포인트)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 6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하며 외환위기인 2007년 이후 최장 기간 하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올 코스피지수 성적표는 영국(-33.1%) 말레이시아(-40.0%) 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선진 증시인 미국(-40.8%) 일본(-42.1%) 홍콩(-48.5%) 등은 웃도는 것이다. 신흥시장 주요 국가인 대만(-48.1%) 중국(-64.8%) 러시아(-71.9%)보다는 크게 앞섰다. 지수가 미끄러지는 가운데 거래는 줄었다. 주식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0조원대를 회복했으나 올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4320억원으로 작년보다 15.09% 감소했고 거래량도 8억5900만주로 12.18% 줄었다.

업종에서는 건설(-58.83%) 증권(-54.32%) 비금속(-51.34%) 등이 반토막난 반면 통신(-14.41%) 전기가스(-23.47%) 의약품(-29.04%) 음식료(-30.27%) 등 경기방어업종 수익률은 우수했다. 종목에서는 세방전지가 두 배나 뛰었고 하이브리드차 관련주로 꼽히는 삼화전자 삼화전기 등도 90% 이상 급등했다.


◆외국인 7개월 만에 순매수

외국인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를 팔아치우면서 증시 급락을 주도했다. 글로벌 신용경색 속에 현금이 급한 외국인은 유동성이 좋은 한국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내던졌다. 올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3조6033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종을 가장 많은 7조8786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조선 자동차 등이 포함된 운수장비업종도 6조931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반면 가스공사 LG텔레콤 대우인터내셔널 유한양행 등 경기방어주는 순매수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2조3153억원을 팔아, 양 시장 합쳐 36조원을 정리했다. 하지만 연말 외국인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8700억원어치를 순매수,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미국 내 신용경색이 풀리고 있는 데다 헤지펀드 청산 및 환매 매물이 일단락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연말 폐장 분위기였던 외국인이 최근 이틀간 주식을 2300억원어치나 사들인 건 의미를 둘 만하다"며 "이달 들어 외국인 분위기가 매도 중심에서 중립으로 가는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투자가는 올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23조26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적립식펀드로 꾸준히 들어온 돈이 기관의 실탄으로 쓰인 셈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