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갖가지 불명예 기록을 쏟아냈다.

코스피지수는 1891.45로 출발해 30일 1130선으로 떨어진 채 한 해를 마감했다. 연초엔 코스피지수 3000에 대한 기대까지 있었지만,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우리 증시도 속절없이 추락했다.

올해 코스피는 3년 만에 10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고,하루에만 100포인트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이드카가 자주 발동돼 '증권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는 사이드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 한 해가 유례없이 우울한 해였기에 내년은 좋아질 것이란 희망과 기대도 크다. 올 증시의 주요 특징을 숫자로 되짚어본다.


1/2 ‥ '반토막' 펀드 속출

올해 암울했던 증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숫자는 2분의 1,즉 반토막이다. 펀드투자 열풍을 타고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지난 5월 140조원을 돌파하는 등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시에 대한 믿음이 강했지만 글로벌시장 급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로 곤두박질치는 펀드가 속출했다.

증시에서는 반토막 펀드를 두 토막으로 잘라 먹는 '고등어'로, 4분의 1 토막까지 난 경우는 '갈치'로 비유하기도 했다.

1 ‥ PBR 5년만에 1배 이하로

지난해 하반기 2배를 넘었던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5년 만에 1배 이하로 떨어졌다. 카드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PBR가 1보다 낮다는 것은 회사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큼도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외환위기를 맞은 직후인 1998년엔 이 수치가 0.4배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33 ‥ 외국인 33일 연속 순매도

올해 외국인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 증시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총 33조6033억원을 매도했다.

이에따라 외국인의 비중은 28.81%로 증권선물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또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33일간 연속 순매도를 보여 2005년의 종전 기록(24일)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45 ‥ 사이드카 발동 건수

올해 주가 급변동으로 사이드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6회,코스닥시장에서 19회 등 모두 45회나 발동됐다. 사이드카란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코스닥시장은 6%) 이상 급등 혹은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5분간 정지시키는 비상조치다. 지난 10월29일엔 1078.33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920.35로 곤두박질치며 하루 변동폭이 157.98포인트에 달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61 ‥ 증권사 총 갯수

올해 8개 증권사가 새로 생기고 하나대투증권과 하나IB증권이 합병하면서 증권사 숫자는 61개가 됐다. 은행계열의 IBK투자증권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을 비롯해 LIG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등이 증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증시 폭락 탓에 증권사들은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 내년엔 대형사를 포함,상당수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15 ‥ 코스피 하루최대 상승폭

올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연상시켰다. 특히 지난 10월 증시 변동성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진 10월30일 코스피지수는 115.75포인트(11.95%) 폭등한 1084.72로 마감하며 사상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기존 사상 최대 상승률인 8.50%(1998년 6월17일)와 상승폭인 93.20포인트(2007년 8월20일)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같은 달 16일엔 126.50포인트(10.57%) 폭락해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892 ‥ 3년만에 코스피 1000 무너져

금융시장을 괴롭혔던 '9월 위기설'에서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지난 10월24일 코스피지수는 3년 만에 1000 밑으로 내려 938.75로 연중 최처지를 기록했다. 다음날엔 장중이지만 892.16까지 떨어져 900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인 '747'을 빗대 코스피가 747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온라인 논객인 미네르바가 제시한 대로 500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1300 ‥ 코스피 원·달러 환율과 만나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여름 증권가 일각에선 코스피지수 1300포인트와 원·달러 환율 1300원이 만나는 골든크로스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당시엔 그저 웃자고 하는 말이었지만 지난 10월8일 모두 '어어' 하는 사이 실제로 주가와 환율이 역전됐다.

이달 들어 주가가 반등하면서 폐장일인 30일에 가면 주가가 다시 환율을 넘어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불발돼 결국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8100 ‥ IPO로 8100억원 공모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된 공모금액은 모두 8100억원으로 지난해 1조8420억원에 비해 56.0% 줄었다. 2003년(6600억원)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신규 상장기업도 44개에 그쳐 지난해(68곳)보다 크게 감소했다.

공모를 추진하다 증시 침체로 철회한 업체는 11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회상장으로 방향을 바꾸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IPO 철회·연기는 올해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하며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나타났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