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질서유지권 발동‥본회의장 주변 곳곳 고성…몸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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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본청 일대는 저녁부터 고성과 몸싸움이 빈발했다. 협상 결렬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민주당 측 보좌진과 국회 경위들은 이후 전개될 '공성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29일 자정부터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간 국회 경위 65명은 물론 방호원 90명에 대해서도 이날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민주당도 모든 당직자와 보좌진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려 본청 로턴다홀을 중심으로 집결시켰으며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 4명도 본회의 농성에 합류했다.
충돌은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담판을 벌이기로 한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원내대표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에 본회의장 입구에 추가로 진입장벽을 설치하려는 민주당 보좌진을 경위들이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있었다. 민주당이 점거한 국회 의장실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무처 직원들이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당직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8시40분께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경호권)을 발동하고 국회 본청 일대를 봉쇄했다. 국회 경비대에 소속된 전경들이 출입구를 통제했으며 의원회관과 도서관 등지에 흩어져 있던 방호원들이 본청에 집결했다. 경위들이 각층에서 중앙홀로 통하는 문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정무위,행정안전위 등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당 보좌진과 충돌했다.
양측의 긴장감은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오후 9시30분에 소집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한밤중에 소집한 긴급의총임에도 불구,의원들은 속속 의사당으로 집결해 160여명이 모였다. 협상결렬을 예상한 당 지도부가 "노량진밖을 벗어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 30분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국회 사무처도 원칙적으로는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는 방호원들도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았다.
이미 의장석을 중심으로 인간사슬로 최후방어선을 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낸 민주당도 '최후의 결전'을 대비했다. 이날 하루 의원 전원에 대해 외부 출입 통제령을 내렸으며 정무위 등에서 농성하던 의원들도 본회의장으로 집결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노타이' 흰색 셔츠에 검은 정장으로 복장을 통일했으며 본회의장 조명을 끄고 경위들이 돌입할 것에 대비해 다량의 손전등도 확보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결렬된 직후 "국회의장의 주재 아래 각 당 대표가 모여 최종 담판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양당 의원들은 충돌을 기정사실화했다.
노경목/이준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