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31일 미리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2009년은 기업도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가 중단되고 우수인력이 사장돼 성장동력의 근간이 훼손되는 상황이 무엇보다 우려된다"면서 "내수 진작에 주안점을 두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사정 개선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기관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해 경기 부진이 금융기관 여신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자금중개기능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제거에도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총재는 "기준금리는 물가의 하향 안정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상황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방침"이라며 "기준금리 조정의 유효성을 점검해가면서 금융시장 불안 심화로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용경색 해소에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공개시장조작과 총액한도대출을 적극 활용해 신용공급이 제약되는 부문으로의 자금흐름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제고 노력을 지원하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라며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한층 더 위축될 경우에 대비하여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차입 여건 등을 고려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사정 개선에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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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전문>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은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2009년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먼저지난 한 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신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고유가와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해외여건 악화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연초 이래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에 육박하였습니다. 9월 이후에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경기도 빠르게 둔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4/4분기에는 전기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같이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데 대응하여 지난해 통화정책은 해외요인이 물가, 성장 및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운영하였습니다.

연초부터 물가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일반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유의하여 7월까지 기준금리를 5%로 유지하고 8월에는 5.25%로 상향조정하였습니다.

9월 이후에는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위축에 적극 대응하였습니다.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5.25%에서 3%로 큰 폭 인하하고 공개시장조작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통해 신용경색의 완화를 도모하였습니다. 아울러 총액대출한도를 6.5조원에서 9조원으로 증액하고 은행의 신용공급 여력을 확충하기 위하여 지급준비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였습니다. 외환시장 안정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외화차입에 애로를 겪는 금융기관에 대해 외화유동성을 적극 공급하는 한편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계약을 통해 가용 외화자금을 확대하였습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새해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 신장세도 현저히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전망입니다. 물가는 국제원자재가격 하락과 국내수요 약화로 상승압력이 계속 완화되고 경상수지는 수입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과 경기 위축 그리고 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으로 신용경색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경제 전망에 비추어 볼 때 기업도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가 중단되고 우수인력이 사장되어 성장동력의 근간이 훼손되는 상황이 무엇보다 우려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거시경제정책은 내수 진작에 주안점을 두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사정 개선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저소득․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기관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해 경기 부진이 금융기관 여신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자금중개기능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제거에도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융거래 정보의 비대칭성과 단기업적주의로 흐르기 쉬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기대응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금융규제 및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폭넓은 논의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은행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주요 업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준금리는 물가의 하향 안정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회복 및 금융시장 상황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방침입니다. 기준금리 조정의 유효성을 점검해 가면서 금융시장 불안 심화로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적극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신용경색 해소에도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공개시장조작 및 총액한도대출을 적극 활용하여 신용공급이 제약되는 부문으로의 자금흐름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제고 노력을 지원하는 데에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한층 더 위축될 경우에 대비하여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외화차입 여건 등을 고려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사정 개선에도 계속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금융안정 역할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금융불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밀착형 점검체계를 보강하고 금융시장의 가격 움직임뿐만 아니라 개별시장 및 참가자별 자금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금융감독당국과의 정보공유체제를 확충하는 한편 이들 기관과의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공조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는 물론 국제금융기구와의 금융협력을 강화하고 G-20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시장조작, 대출제도 등 통화정책수단의 활용여건을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합발행제도와 우선모집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증권의 담보 활용폭을 넓히고 담보가액 인정비율제를 도입함으로써 대출제도의 유연성과 금융기관의 담보부담 완화를 도모하여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여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융불안 대응과정에서 도입된 각종 정책수단과 기존의 통화정책 운영체계간의 정합성을 점검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여야 하겠습니다.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면서 늘어나는 당행의 자산과 부채를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될 때 시장친화적으로 정리하는 방안도 미리 검토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금년이 2007년을 기점으로 한 물가안정목표 설정기간의 마지막 해이므로 내년 이후의 물가안정목표를 정책시차를 감안하여 조기에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꾸준히 힘써야 할 것입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 확대 등에 대비하여 결제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新한은금융망 구축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상반기중으로 예정된 고액권 발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국민경제교육도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지난해 우리 한국은행은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으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앙은행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우리 한국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고하지 않은 데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인 국민의 신뢰는 정책수행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경제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유효적절한 정책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조직 및 인력도 이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그동안의 경영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재점검하여 낭비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요소가 남아있다면 이를 과감히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가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튼튼한 체질과 강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경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국민경제의 심장부인 중앙은행의 직원으로서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오늘의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합시다.

새해를 맞이하여 한은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