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3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글로벌 수요 위축은 새해 휴대폰 시장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오는 4월부터는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인 '위피(WIPI)' 의무화 폐지로 외국산 단말기의 공습도 예상되고 있다.

◆휴대폰도 마이너스 성장

가트너 등 대부분 시장조사 기관들은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게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휴대폰 교체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한 의무약정제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1~2년 의무 사용을 전제로 단말기 보조금을 줬기 때문에 앞으로 휴대폰을 바꾸려는 고객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3세대(G) 이통통신 가입자가 이미 절반을 넘어선 것도 국내 휴대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꾸준히 증가했던 3G 휴대폰 교체 수요가 그만큼 둔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산 단말기가 몰려온다

4월 위피가 폐지되면 외국산 단말기가 속속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대만 HTC가 '듀얼터치폰'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상륙한 데 이어 12월에는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가 기업용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외국산 휴대폰이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가 1분기에 2종의 휴대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소니에릭슨 애플 등도 4월 이후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관련 업계는 HTC가 듀얼터치폰에 이어 '다이아몬드폰'과 같은 고급 휴대폰을 국내 시장에 내놓기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도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믿을 건 터치폰과 스마트폰

올해 휴대폰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터치스크린 휴대폰의 출시가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장 침체 우려 속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억1100만대에서 2012년에는 4억600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옴니아'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 20여종의 스마트폰을 내놓고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도 올해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LG전자는 10여종의 스마트폰을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터치스크린 휴대폰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지난해 6400만대 규모였던 전면 터치폰 시장이 올해 1억14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흥시장을 잡아라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키아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가 2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3위 자리를 놓고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LG전자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올해도 이러한 '2강 3중'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올해 중국 인도 남미 등지의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자체 유통망을 갖춤으로써 저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올해 기초 체력을 다지면서 신흥시장에 맞는 보급형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팬택계열 역시 중남미 지역 등에서 다양한 특화폰을 내놓으며 점유율을 높여 간다는 전략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