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업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기업 간 인수ㆍ합병(M&A)을 유도하는 등 전자산업 구하기에 적극 나선다.

류자오쉬안 대만 행정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와 LCD업체에 2000억대만달러(약 8조원)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D램 등 반도체와 LCD업체가 글로벌 불경기로 극도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있는 이들 업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류 원장은 이와 함께 반도체와 LCD업체가 난립해 있다고 지적,기업 간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대만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기업 간 M&A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CD업체인 CMO의 쉬원룽 대표는 "정부가 패널업체의 합병을 주도한다면 이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는 등 업계 내부에서도 M&A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3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는 대만 최대 D램업체인 프로모스는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일본 엘피다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렉스칩과 파워칩도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엘피다와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ㆍLCD업체들은 최근 가격 급락과 수요 부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 D램업체인 마이크론 등도 조만간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