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시작한 올해 경제계 앞에 놓인 첫 번째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길을 가느냐,아니면 휘청거리다 결국 외부에서 휘두르는 칼날을 받아들이게 되느냐의 선택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지난해 말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는 이제 끝물"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길고 긴 침체를 어떻게 이겨내느냐 여부다. 정부는 최근 경제운용 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낮춰 잡았다. 그것도 재정 지출 확대 효과를 반영한 수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힐 정도로 주변 여건이 나쁘다.

따라서 연초부터 어떤 식으로든 '옥석 가리기'를 거쳐 부실 기업을 선별해 퇴출시키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급적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채권 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실 기업을 솎아내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위험이 줄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량기업 및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시스템이 복원돼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산업정책 측면에서 취약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도모하는 방안도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는 갖가지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낙관론을 펴기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위기 극복을 위한 효과적 대응책을 내놓고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에 근거해 충실히 대비한다면 글로벌 위기 속에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