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려워할 것이라곤 두려워하는 것 그 자체 뿐이라는 굳은 신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후퇴를 전진으로 바꾸는데 꼭 필요한 노력을 마비시키는,뭐라고 지칭할 수 없고 비이성적이고 정당화될 수도 없는 그 공포감 말입니다. ' 대공황기인 1933년 미국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사 서두다.

2009년의 태양이 떴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한결같다.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편안하고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로워졌으면,간절히 소망해온 일 마침내 이뤄졌으면 하는 게 그것이다. 욕심을 내자면 나라 안팎 모두 평화로웠으면,그래서 일년 열두 달 자유롭고 안전했으면 싶다.

올해는 이 모든 것에 한 가지가 앞선다. 캄캄한 불황의 터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소망이다. 미국의 경우 현 난국의 상당부분은 소유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어플루엔자(affluenza,풍요로운+인플루엔자) 유행에 따른 탐욕과 과소비 탓이라고 하거니와 우리도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중반까지 실로 많은 이들이 인생역전을 꿈꾸며 부동산 투자와 펀드에 매달렸다. 누구는 아파트로 대박을 내고 누구는 펀드로 1주일 만에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과 함께 은행 정기예금자는 바보처럼 여겨졌다.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주머니돈 쌈짓돈까지 털어 펀드에 넣었다.

그러다 닥친 금융 위기에 속수무책 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망스러운 경제난 덕에 배우고 깨달은 것도 적지 않다. 은행 금리 이상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란 언제든 손해날 수 있고,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연말에 퍼진'십계명'또한 위기의 산물이다. '<일>일이 간섭 말고,<이>말 저말 옮기지 말고,<삼>삼오오 함께 다니고,<사>생결단하려 들지 말고,<오>기 부리지 말고,<육>체적 접촉을 늘리고,<칠>십 %에 만족하고,<팔>팔한 심장에 감사하고,<구>구하게 변명 말고,<십>%는 나누어라'.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새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식의 낙관과 근성으로 견디면 조만간 밝은 얼굴로 기지개를 활짝 펼 수 있을 게 틀림없다. 이런 시(詩)도 있다.

'안보이는 것이 없다/내가 못보는 것이다/안들리는 것이 없다/내가 못듣는 것이다/안되는 것이 없다/내가 못하는 것이다'(김달진 '참다운 법')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