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차 수요로 라인 풀가동
현대차 울산 1ㆍ3공장은 특근까지
LG전자, 에어컨라인 정상근무

(假題)"불황속 장기 휴업한다고요? 우린 연초에도 풀가동해요"새해 첫날도 쉬지 않고 공장 돌리는 LG전자 창원공장…자동차업계 불황속에서도 휴업ㆍ휴무없는 기아차 공장ㆍ현대차 울산 1,3공장.

글로벌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국내외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장기 휴업에 들어갔지만 '예외'는 있다. 중ㆍ소형 승용차를 주로 만드는 기아자동차 경기 광명 및 화성,광주공장에선 주ㆍ야간 생산라인이 쉴새없이 가동 중이다. 현대차 울산1,3공장은 매일 잔업은 물론 주말 특근까지 실시하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에어컨과 세탁기 생산라인도 해외 거래선 등으로부터 미리 받아둔 주문이 많은 덕분에 연초 휴무없이 공장을 계속 돌리기로 했다. 많은 기업들이 일찍 업무를 마치고 연초 휴무를 시작한 2008년 마지막날인 31일에도 이들 공장은 주간조를 정상 가동했다.


◆기아차 "휴업은 마지막 수단"

"불황속 장기 휴업요? 우린 연초에도 쉴 틈 없어요"
기아차가 휴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올해 출시된 신차가 많아 수요가 끊기지 않아서다. 경차 모닝을 비롯,중형 세단 로체 이노베이션,준중형 세단 포르테,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CUV) 쏘울 등의 '신차효과'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근무체제를 갖고 있는 점도 기아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아차는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카니발 수요가 줄어들자,지난 12일부터 광명 소하리 1공장에서 프라이드를 혼류생산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드는 지난 11월 해외에서만 1만2581대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아차는 화성공장에서 만들어 온 오피러스 역시 오는 4월부터 소하리 1공장에서 추가 생산키로 했다. 1공장에서 SUV와 소형 승용차,대형 승용차를 한꺼번에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쏘렌토와 모하비를 만드는 화성 1공장에서도 내년 초부터 포르테의 혼류생산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각 공장마다 혼류생산 체제를 구축해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게 휴업이 없는 비결"이라며 "혼류생산이 어려운 곳에선 근무시간 단축으로 휴업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울산1,3공장,잔업ㆍ특근까지

현대차 아산공장 등이 한시 휴업에 나서고,전주공장 등도 잇따라 근무시간을 줄였지만 울산 1,3공장은 정규시간 외에 주야 2시간씩의 잔업과 주말 특근을 계속하고 있다. 잔업ㆍ특근시간에 따라 추가 수당이 지급돼 울산 1,3공장 근로자들은 다른 작업장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울산 1,3공장이 완전 가동을 계속하고 있는 건 생산 차종의 해외 수요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공장은 '불황 수혜차종'으로 꼽히는 중ㆍ소형 세단을 생산 중이다. 1공장에선 클릭과 베르나,3공장에선 아반떼와 i30를 각각 만들고 있다.

클릭과 베르나는 지난 달 국내에서 342대 및 448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해외에선 1만3079대와 1만7906대가 각각 팔렸다. 아반떼와 i30 역시 11월 중 해외에서 1만8410대와 7386대 판매됐다. 해외판매만 놓고 보면 한해 전보다 각각 2~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불황을 맞아 중ㆍ소형 차종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현대차 브랜드가 잘 정착돼 있어 해외 주문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에어컨,세탁기 라인 풀가동

전자업계에서도 에어컨,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에서 새해 첫날부터 생산라인을 쉬지 않고 가동하는 공장들이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컴프레서 공장은 올해 여름에 출시될 에어컨에 들어가는 컴프레서와 모터의 물량이 부족해 1일에도 전체 생산라인의 30%를 쉬지 않고 가동한다. 회사 관계자는 "에어컨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나 모터는 완제품 조립이 시작되는 봄이 되기 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 둬야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완제품 에어컨과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라인도 전 직원이 주말 특근에 나선다. 신정 하루만 쉬고 토요일인 3일과 일요일인 4일에는 모든 직원들이 출근할 예정이다. 백색가전 조립 라인은 평소 주말에 공장 가동을 멈추지만,일부 품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주말 특근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 창원공장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공장가동을 멈추는 회사가 수두룩한 요즘 같은 때 할 일이 넘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매주 특근을 해야 할만큼 한 해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재길/송형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