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30대 남자들의 유쾌한 낙법 최국태 지음│마젤란│310쪽│1만2000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고,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겨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아파트값 급등으로 내집마련의 꿈은 멀어지고,아이들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빚은 갈수록 늘어가고,쥐꼬리만큼 투자한 펀드와 주식조차 반토막 신세가 돼버리고….

베이비붐의 절정인 대한민국의 30대.또 한 번의 금융위기 때문에 아이들 유치원을 끊고 아내를 다시 일터로 내보내야 하는 이들은 가장 슬픈 '틈새 세대'이기도 하다.

아래 위 눈치보며 직장생활하랴,집안 돌보랴,재테크 정보 들으러 뛰어다니랴,대한민국 젊은 가장의 몸은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한민국 30대 남성의 건강 상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악이다. 전날 밤 거래처나 직장 선후배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며 밤 늦게 지친 몸으로 귀가했다가 뭉친 어깨를 등에 지고,떠지지 않는 눈을 치켜뜨며 아침마다 또 회사로 향한다.

《날개 없는 30대 남자들의 유쾌한 낙법》은 우리나라 30대 남성들의 면면을 사회생활과 가정,건강,삶,돈,재테크,죽음,외도 등 다각도로 살피면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이들이 지금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낙법'이라면서 "조금은 덜 아프게,덜 힘들게 자신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유쾌한 낙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이 땅의 30대 남자들은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버텨내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서로서로 위로해가며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보자고 다독여준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생의 철학은 사라지고 이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요령만 남은 슬픈 베테랑이지만,그래도 스무 살 시절 순수하고 절박했던 이유들을 되새기면서 살자.남은 생을 좀 더 가치 있게 '나'를 잊지 말고 살아보자.우리의 꿈이 바로 여기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