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최종심 이후 전열 재정비

현대ㆍ기아차, 소형차 글로벌전략 통할까

SK 對 LG 통신대결…애플ㆍ노키아 상륙

한화 '승자의 저주' 털고 대우조선 품을까


생존과 변화,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회심의 승부수는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은 재계의 최대 화두(話頭)다.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있는 지독한 불확실성 국면에서 위기경영에 최적화된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는 주목받기 충분하다.

지난 2년여 국내적 정치ㆍ사회적 논쟁에 발목이 묶였던 삼성은 전열을 정비한 뒤 다시 경제난 돌파의 선봉에 선다. 현대ㆍ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몰락속에서 소형차 중심의 '판매경영'에 승부수를 던졌다. 재계의 2009년 도전 과제를 4대 관전 포인트를 통해 짚어본다.


◆주목받는 '뉴 삼성'과 주요 대기업 전열 재정비

삼성은 올해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특검 최종심이 이달중 마무리되면 '뉴 삼성'을 여는 대대적 전열 정비에 나선다. 사장단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과도기적 경영진용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계기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불황을 정면 돌파해 나갈 삼성의 글로벌 전략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계열사간 중복사업 정리는 올해부터 금융 계열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등 신흥시장 개척업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역할도 달라질 듯하다.

국내 최대 통신그룹 KT를 이끌 이석채 사장 후보는 오는 1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등기임원과 대표이사 승인을 받은 직후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KT안팎에서는 임원 70% 가량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포스코 경영진 재편을 둘러싼 루머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서 이구택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철강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소형차로 불황 돌파 가능할까

생산차량의 75% 안팎을 해외에서 팔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소형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소형차는 연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해 불황에 적합한 차종이란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 등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 중인 울산2공장에서 소형차를 혼류생산할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 중이다. 기아차 역시 올초부터 쏘렌토와 모하비를 만드는 화성 1공장에서 포르테를 혼류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최재국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은 '판매 중심 경영'을 올해 화두로 제시했다. 최 부회장은 "1990년대엔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았고,2000년대 들어선 글로벌 경영을 강조해 성과를 이뤘다"며 "극심한 불황기엔 전 조직이 판매 및 마케팅 중심의 업무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도 "요즘같은 비상시엔 국내외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처음으로 내놓는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의 성공여부도 관심이다. 현대차는 7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기아차는 10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각각 출시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50% 가량 높은 게 특징이다.


◆통신 '빅뱅'과 LG와 SK의 한판 대결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말 주력 계열사인 에너지 텔레콤 등의 대표 모두를 교체하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중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글로벌 사업 재편 등 다양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SK텔레콤의 800㎒ 독점은 27년 만에 막을 내린다. 경쟁업체인 KTF와 LG텔레콤은 800~900MHz 황금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새해 벽두부터 인터넷TV(IPTV) 선점 경쟁도 뜨겁다. SK텔레콤,KTF,LG텔레콤에 이은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내 통신시장의 일대 재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LG그룹의 승부수는 데이콤,파워콤,텔레콤으로 불리는 '3콤' 통합이다. 방송과 통신사업의 시너지를 높여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올초 데이콤과 파워콤을 합병한 뒤 조직재편을 거쳐 텔레콤과의 합병 작업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유임된 전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위기관리 경영도 주목할 만하다. 그룹의 맏형격인 LG전자는 안승권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휴대폰 사업에 무게를 더해줬다. 노키아와 애플이 올해부터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안방시장을 둘러싼 혈투가 예상된다.



◆대형 M&A의 최종 향배와 '승자의 저주'

경영환경이 극도로 불안하지만 대형 M&A(인수ㆍ합병)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등 대형 매물 기업의 새주인 찾기도 본격화된다.

한화그룹은 올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에 따라 진로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화와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의 협상은 미궁속에 빠져있다. 본계약 시한인 오는 30일까지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겠지만,양측의 입장과 상황을 감안하면 협상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수년간 M&A시장을 주도하며 덩치를 불린 금호아시아나와 두산그룹은 경쟁에서 이긴 자가 되레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져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최대 현안은 '자금 확보'다. 지난해 상반기 대우건설 주가 하락으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자 계열사 자산 매각 등 4조원대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위기설을 진정시켰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는 급기야 상장을 준비해 온 핵심 금융계열사인 금호생명 매각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회사 등 4곳에서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조건들이 제각각이어서 최종 인수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작년 한해동안 비핵심 자산을 줄줄이 정리했다. 포장용기를 만드는 두산테크팩은 국내 사모펀드에 넘겼고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주류사업부문은 롯데에 매각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위산업 부문과 여의도 사옥 등도 적당한 새주인이 나타나면 팔아치울 방침이다. 두산은 이런 자산매각이 '선제적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한다.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산의 움직임을 2007년 말 인수한 '밥캣'과 연결지어 해석한다. 미국의 건설경기가 침체하면서 밥캣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현예/김동민/안재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