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적용한다. IFRS는 기업의 회계처리와 재무제표의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공표하는 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은 IFRS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IFRS 도입으로 기업이익이나 순자산 등이 바뀌며 적정주가를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 및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기준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FRS 관련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는 현재 조선·해운업종이 꼽히고 있다. 또 보유 부동산의 장부가와 시가 차이가 큰 기업들과 부채비율이 높은 상장사도 관심을 끌고 있다.

◆IFRS 도입과 기대효과

모든 상장기업의 IFRS 적용은 2011년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희망기업에 한해 IFRS의 적용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비상장 기업을 위한 간략한 회계처리기준이 제정, 2009년을 실질적인 도입시기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또 국제회계기준 실무를 위한 교육이 내년부터 실시되고, 2011년 의무적용대상의 대다수 기업들도 2009년 1분기 보고서에 'IFRS 적용 준비계획 및 추진상황'을 공시해야 한다.
IFRS 도입으로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회계상의 디스카운트 해소 △해외 투자자의 긍정적 시각 전환 △주식시장으로의 파급효과 등이다.

IFRS는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보다 정확히 보여줌으로써 과거 분식회계 등 한국 기업들의 회계장부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화증권은 분석했다.

또 투자자 중심의 재무제표이자 글로벌 기준에 맞는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 전환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PER·PBR 바뀌어

IFRS 도입은 한국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익과 순자산의 변동을 가져와 적정주가 지표인 PER나 PBR 등 각종 지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은 "한국보다 먼저 IFRS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가 제시한 세계적인 회계법인 '마자스(Mazars)'의 조사자료(유럽의 11개국 550개 이상의 기업)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기업간 회계 정보의 비교 가능성이 향상됐다고 대답했다. 회계의 투명성이 향상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가 동의했고, 46%의 응답자가 IFRS로 인해 이익과 순자산의 변동성이 증가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한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절반 정도가 이익과 자산의 변동을 보고할 경우 그 영향이 결코 작을 수 없다는 것.

특히 시가와의 괴리가 비교적 큰 우량 자회사나 토지 자산을 보유한 기업뿐 아니라 외환자산이나 부의 영업권, 해외 사업 비중 등이 큰 기업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IFRS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이 증권사는 강조했다.

◆대표적 수혜업종 조선·해운…우량 자산 보유기업도 관심

조선업과 해운업은 IFRS 도입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은 현행 기업회계기준에서 부채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자본잠식의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현행 파생상품회계처리가 조선업종의 호황이 지속될수록 재무제표를 나쁘게 표시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IFRS에 부합하는 공정가치 위험회피회계로 바뀌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조선업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8년 3분기부터 공정가치 위험회피회계로 전환을 허용했다.
이준환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은 "공정가치 위험회피회계를 사용하면 파생계약의 평가손익이 영업외손익에서 확정계약과 상쇄되어 부채비율의 변동성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해운업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업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경제환경 통화인 기능통화 회계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외항해운업계처럼 대다수 거래나 채권, 채무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해운업의 경우 대규모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FRS에 부합하는 기능통화의 도입은 환율변동에 대한 노출을 줄여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기능통화는 현재 항공업과 정유업에도 적용이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유 부동산의 장부가와 시가 차이가 큰 기업 및 부채비율이 높은 상장사도 IFRS 도입 관련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IFRS 도입시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한항공, 대한해운, CJ제일제당, 한국가스공사 등은 부채비율이 높은 IFRS 도입 관련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또 KT, 대성산업, 롯데칠성, 경방 등은 보유 부동산의 장부가와 시가의 차이가 크며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업체로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