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용 고무인 카본블랙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동양제철화학이 2006년 인수한 미국의 컬럼비안케미컬즈컴퍼니(CCC)를 다시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동양제철화학의 CCC 인수 당시 한국 내 계열사인 컬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K) 인수에 대해 독과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어온 터여서,이번 지분 매각을 놓고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동양제철화학은 CCC 지분 66.75% 전부를 사모펀드 OEP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OEP사는 동양제철화학이 CCC를 인수할 때 파트너로 함께 지분 참여한 사모펀드다.

매각금액은 약 1889억 원으로 투자원금인 2520억원보다 600억원 이상 적은 금액이다. 동양제철화학은 매각을 통해 확보하는 현금을 수익성 높은 성장사업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 상황에서 글로벌 위험과 차입금을 줄이고 전략적 핵심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컬럼비안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2년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은 채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양제철화학이 CCC 인수 및 경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2006년 ‘시장점유율 50% 룰’을 근거로 동양제철화학에 “CCK의 보유 지분 85%를 1년 내에 모두 팔거나 포항과 광양 등 국내 공장 두 곳 중 한 곳을 매각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국내 카본블랙 시장점유율이 64%에 달해 공정 경쟁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동양제철화학은 당시 포항 광양공장 중 한 곳의 설비를 뜯어 파는 한이 있더라도 CCK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공정위와 동양제철화학은 이 문제를 놓고 소송까지 진행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동양제철화학이 ‘CCK 지분을 매각하거나 포항 광양 공장 중 한 곳을 매각하라’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에 대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었다. 재판부가 공정위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따라서 동양제철화학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거나,취득한 CCK의 지분 또는 포항,광양공장 중 한 곳을 팔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재판부의 판단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도 않고 친기업 정책 흐름과도 어긋나는 판결”이라며 “결국 CCK 지분을 포기하거나 포항이나 광양공장을 경쟁 업체에 넘겨주라는 것인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양제철화학이 CCC 인수 및 경영을 포기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기업 결합심사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50% 룰은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 족쇄가 되고 있다”며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하루빨리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동양제철화학의 이번 CCC 매각은 과거 시정명령과는 연관이 없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결합 후에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초래될 수 있는 폐해는,기업결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효율성 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당시 결정에는 카본블랙 주요 수요업계인 타이어 3개사 및 관련 업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반영했던 조치”라며 “이는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양제철화학은 글로벌 카본블랙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06년 CCC와 CCK 인수를 추진했다. CCC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9개국에 12개의 카본블랙 공장을 운영 중이며 생산능력은 106만5000t에 달한다. 동양제철화학은 카본블랙 분야 세계 3위인 CCC를 인수,생산능력을 연산 130만t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2위로 올라선 바 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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