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인재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불황기일수록 각광받고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영업과 마케팅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CEO) 359명을 대상으로 2009년 중점 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27.2%가 '영업 및 마케팅력의 획기적 증대'를 꼽았다.

경기침체 때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경영자들에겐 기본적인 경영 전략이다. 기업들은 불황기에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사업이나 인력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지만 쉽지도 않거니와 후유증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할 수만 있다면 영업을 활성화하는 게 최선이다.

기업이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려면 광고와 홍보를 늘리거나 담당 조직을 키우고 인원을 증원해야 한다. 그러나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또 다른 부담이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집중된다. 사람을 바꿔서 영업과 마케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최근 헤드헌팅 회사에 들어오는 기업들의 인재추천 요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마케팅과 영업이다. 다른 분야의 인력 수요는 급감했지만 영업과 마케팅 쪽의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다른 쪽 인재를 채용할 때는 연봉을 마구 낮추려 하지만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들에게는 연봉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불황기는 영업이나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에겐 대접받는 시기다. 이번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 경영자들의 20.2%는 핵심인재 확보 및 양성을 새해 중점 경영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는데 경영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핵심 인재의 중심에는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물론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불황기가 마냥 호시절인 것만은 아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내로라하는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들이 판매 증진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기대나 노력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게 불황기다. 성과가 부진해 연봉이 깎이거나 자리에서 내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불황기는 더 많은 연봉과 더 높은 직급을 제시하는 곳으로 직장을 옮길 수도 있고 내부 승진이나 전배 때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시기다.

평상시에는 기획이나 전략,연구개발 부서에 비해 홀대받는다고 생각하는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불황기는 분명 위험이자 기회다. 또 현재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거나 전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영업과 마케팅으로 옮길 수 있는 호기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