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中주석, 업적 포장에만 치중 큰 그림 망치지 말라 광둥성장 비판에 경고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자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거짓된 단기 업적을 만들어 큰 그림을 망치지 말라'며 지방 관리들의 군기 잡기에 나섰다.

후 주석은 최근 공산당 기관지인 구시(求是) 기고문을 통해 "일부 지방 관리들이 보이는 업적을 만드는 데만 치중해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틀을 만들어내고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고려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과학적 발전관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기고는 최근 황화화 광둥성장이 "중앙정부의 수출억제 정책 때문에 광둥성 경제가 피폐해졌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직후 나온 것이다. 황 성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원자바오 총리에게 작년 7월 수출억제 정책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언했다"며 "그 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광둥성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수출형 중소기업을 문닫게 유도한 것이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이 기고문을 통해 지방 관리들에게 중앙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도록 강력히 경고한 셈이다. 중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지만 토호세력을 대표하는 지방권력들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특한 정치 문화를 갖고 있다. 광둥성 황 성장 역시 광둥 출신으로 이곳 토착자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전문가는 "중앙정부에선 지방 관리들이 정부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통계를 조작해 단기 업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후 주석의 기고문은 일부 지방정부 관리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