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느긋' 중소형사 '초긴장'…'건설·조선 구조조정'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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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사는 퇴출 리스트까지 나돌아 '초긴장'
건설회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22개 항목의 신용위험 평가지표가 2일 공개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퇴출 공포에 떨고 있다. 상당수 중견 건설회사는 이날까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금팀 관계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출근,평가지표에 따라 자체적으로 점수를 집계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예 주채권은행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으며,퇴출기준에 걸쳐 있는 기업들은 은행과 금융당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부채비율이 높거나 미분양 주택이 많아 C등급(60~70점 미만,워크아웃대상) 또는 D등급(60점 미만,퇴출)을 받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건설사들은 겉으론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도 내심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0대 대형사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S사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라는 제약 때문에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부채비율이 390%에 달한다"며 "다른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견업체인 D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겨봤는데 70점은 넘길 것 같다"며 "이번 퇴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상당수 업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는 벌써부터 퇴출명단이 나도는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평가항목에 따라 건설사들의 등급을 산정하느라 분주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략 계산해보니 재무평가 40점 만점 중 대형사는 평균 33점 정도였고 중견사는 25~30점가량이었다"며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10~15개 정도가 퇴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업체의 경우 최대 절반가량의 업체가 퇴출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용위험 평가지표를 만든 은행권에 "현실을 너무 모르는 발상"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만 제때 해줬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다"며 "은행들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초래된 문제를 조선업체들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선소가 문을 닫을 경우 RG를 어떻게 할 것인지,기존 계약은 누가 떠맡을 것인지,그동안 구축해 놓은 인프라와 인력들은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꼼꼼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소 조선사들의 주장이다.
○…"올 것이 왔다"는 체념도 간간이 묻어 나왔다.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의 위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중소형 조선소들이 앞다퉈 설비투자 경쟁을 벌인 결과"라며 "업체들이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모든 조선소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계주 21세기조선 사장은 "구조조정 자체보다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이왕 평가표가 공개된 만큼 세부 평가지표를 보완한 뒤 신속하게 평가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평가지표가 마련된 만큼 신속하게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거나 신규자금을 요청하는 업체를 우선 대상으로 평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 공개되면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은행과 기업들 간의 '숨은 그림찾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선·건설업종의 경우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공사 진행상황을 기준으로 회계를 처리,완공하지도 않은 아파트와 배들이 자산과 매출 등으로 잡히는 등 회사마다 기준이 들쭉날쭉이어서 평가과정에서 은행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을 발행할 때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와 있지 않아 은행이 실제 채무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건호/안재석/정인설 기자 leekh@hankyung.com
건설회사와 조선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22개 항목의 신용위험 평가지표가 2일 공개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퇴출 공포에 떨고 있다. 상당수 중견 건설회사는 이날까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금팀 관계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출근,평가지표에 따라 자체적으로 점수를 집계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예 주채권은행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으며,퇴출기준에 걸쳐 있는 기업들은 은행과 금융당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부채비율이 높거나 미분양 주택이 많아 C등급(60~70점 미만,워크아웃대상) 또는 D등급(60점 미만,퇴출)을 받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건설사들은 겉으론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도 내심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0대 대형사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S사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라는 제약 때문에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부채비율이 390%에 달한다"며 "다른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견업체인 D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겨봤는데 70점은 넘길 것 같다"며 "이번 퇴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상당수 업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는 벌써부터 퇴출명단이 나도는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평가항목에 따라 건설사들의 등급을 산정하느라 분주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략 계산해보니 재무평가 40점 만점 중 대형사는 평균 33점 정도였고 중견사는 25~30점가량이었다"며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10~15개 정도가 퇴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업체의 경우 최대 절반가량의 업체가 퇴출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용위험 평가지표를 만든 은행권에 "현실을 너무 모르는 발상"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만 제때 해줬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다"며 "은행들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초래된 문제를 조선업체들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선소가 문을 닫을 경우 RG를 어떻게 할 것인지,기존 계약은 누가 떠맡을 것인지,그동안 구축해 놓은 인프라와 인력들은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꼼꼼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소 조선사들의 주장이다.
○…"올 것이 왔다"는 체념도 간간이 묻어 나왔다.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의 위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중소형 조선소들이 앞다퉈 설비투자 경쟁을 벌인 결과"라며 "업체들이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모든 조선소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계주 21세기조선 사장은 "구조조정 자체보다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이왕 평가표가 공개된 만큼 세부 평가지표를 보완한 뒤 신속하게 평가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평가지표가 마련된 만큼 신속하게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거나 신규자금을 요청하는 업체를 우선 대상으로 평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이 공개되면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은행과 기업들 간의 '숨은 그림찾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선·건설업종의 경우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공사 진행상황을 기준으로 회계를 처리,완공하지도 않은 아파트와 배들이 자산과 매출 등으로 잡히는 등 회사마다 기준이 들쭉날쭉이어서 평가과정에서 은행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을 발행할 때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와 있지 않아 은행이 실제 채무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건호/안재석/정인설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