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감세정책이 중산층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식에 대해서는 대부분 응답자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종부세 환급,소득세 인하 등 감세정책이 중산층 살리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5%(23명)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와 '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는 감세정책이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경기위축에 따른 생활비 부담 경감과 소비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내수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현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의 세금을 감면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 적어도 일부는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도 "감세정책은 중산층의 세후 소득을 증가시켜 직접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내수부양에 의한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감세정책이 개별 가계에 소액의 일시적 혜택에 불과한 만큼 중산층을 위한 안정적인 지원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별로 도움이 안 된다'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42.5%(17명)였다. 김상로 산은경제연구소장은 "감세의 일부가 저축으로 흡수되고,감세혜택 계층의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내수진작 측면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종부세 환급을 받은 계층은 '중산층 몰락'의 대상이 아니다"며 "소득세 인하 등 대증적인 처방보다는 고용 불안 등 근본 원인을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에게 현금을 줘 내수소비를 진작시키는 '일본식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 1인당 1만2000엔씩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일본의 내수진작책과 비슷한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70%(28명)가 '별로 필요치 않다'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금지원 대책은 금리정책 등 다른 정책수단이 통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대해 소비진작책이 필요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정책수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일률적으로 정액을 지급하는 것은 현재 한국과 같이 양극화 현상이 중요한 국면에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30%(12명) 있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이하를 대상으로 하면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