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로… 뮤지컬 제작자로… 낮과 밤이 다른 中企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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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고효율 설비업체 '어레이텍' 한동훈 대표
지난 3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창작 청소년 뮤지컬 '언약의 여정(The Covenant Journey)' 제작자 한동훈 대표가 분장실과 무대를 분주히 오가며 세트 준비 상황과 배우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윽고 막이 오르자 40인조 오케스트라가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청소년들로 구성된 30여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연출,조명 등 스탭까지 합치면 모두 120여명이 투입되는 초대형 공연이다.
한 대표의 본업은 '중소기업 사장님'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그는 한 제조업체의 주재원으로 독일로 건너간 뒤 기술구매 담당자로 일하다가 독립했다. 현재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 독일에서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국내에서는 에너지 고효율 설비회사 '어레이텍'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어레이텍은 독일에서 기술을 도입,근적외선(近赤外線)을 이용한 자동차 강판 등의 코팅 건조 설비장치를 만든다. 가스를 이용한 일반 코팅 건조장치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50%가 뛰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설비다. 국내에서 어레이텍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그동안 포스코,동부제강,하이스코 등에 제품을 납품했으며 음료용 캔을 제작하는 '제관업체'에도 장비를 공급중이다.
공연·미술 등의 문화활동에 후원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자본을 대는 기업인들은 적지않지만 한 대표는 공연기획사 RWC를 설립해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여느 기업인들과는 구별된다. 한 대표는 연극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연출가 섭외,배우 오디션,대관 업무 등의 역할을 직접 맡는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공장에 출근했다가 오후 4~5시가 되면 이 곳을 찾을 정도로 공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뮤지컬 제작자의 길을 걷는 이유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다 20여 년 간의 독일 생활에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청소년들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마약,섹스,음주 등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며 "방황하는 아이들의 길잡이가 되기 위해 뮤지컬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어레이텍이 한국에서 기반을 닦고 안정될 무렵인 2004년부터 기획에 들어가 2006년부터 초연된 언약의 여정은 지금까지 매년 겨울방학 기간중 30회 가량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총리까지 오른 성경 속 요셉의 일대기를 통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됐다. 실제 평소 학생들을 괴롭히던 한 10대 비행 청소년이 이 공연을 관람한 뒤 잘못을 참회한뒤 교회에 나갔다고 한다. 뮤지컬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공연의 작사가와 작곡가 역시 청소년 시절 한 대표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2009 신년 음악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어레이텍은 문화경영을 통해 예기치 않은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스위스 기업 SIH Holding의 브라운 슈바일러 회장이 2007년 한국을 방문,이 공연을 본뒤 평생 후원을 약속한 것은 물론 신규 개발 아이템인 '알루미늄 단조휠' 신제품을 공동개발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국내 제철업체 관계자도 공연 관람 후 "좋은 일에 돈을 쓴다"며 "어레이텍 제품은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앞으로 이 공연을 계속 보완하는 한편 6편의 뮤지컬을 더 제작해 세계 4대 뮤지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공연작품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꿈"이라며 "어레이텍도 근적외선 코팅 건조장치,알루미늄 단조휠을 비롯해 에너지 효율형 자동차 엔진 부품 등을 개발해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지난 3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창작 청소년 뮤지컬 '언약의 여정(The Covenant Journey)' 제작자 한동훈 대표가 분장실과 무대를 분주히 오가며 세트 준비 상황과 배우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윽고 막이 오르자 40인조 오케스트라가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청소년들로 구성된 30여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연출,조명 등 스탭까지 합치면 모두 120여명이 투입되는 초대형 공연이다.
한 대표의 본업은 '중소기업 사장님'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그는 한 제조업체의 주재원으로 독일로 건너간 뒤 기술구매 담당자로 일하다가 독립했다. 현재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 독일에서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국내에서는 에너지 고효율 설비회사 '어레이텍'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어레이텍은 독일에서 기술을 도입,근적외선(近赤外線)을 이용한 자동차 강판 등의 코팅 건조 설비장치를 만든다. 가스를 이용한 일반 코팅 건조장치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50%가 뛰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설비다. 국내에서 어레이텍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그동안 포스코,동부제강,하이스코 등에 제품을 납품했으며 음료용 캔을 제작하는 '제관업체'에도 장비를 공급중이다.
공연·미술 등의 문화활동에 후원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자본을 대는 기업인들은 적지않지만 한 대표는 공연기획사 RWC를 설립해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여느 기업인들과는 구별된다. 한 대표는 연극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연출가 섭외,배우 오디션,대관 업무 등의 역할을 직접 맡는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공장에 출근했다가 오후 4~5시가 되면 이 곳을 찾을 정도로 공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뮤지컬 제작자의 길을 걷는 이유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다 20여 년 간의 독일 생활에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청소년들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마약,섹스,음주 등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며 "방황하는 아이들의 길잡이가 되기 위해 뮤지컬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어레이텍이 한국에서 기반을 닦고 안정될 무렵인 2004년부터 기획에 들어가 2006년부터 초연된 언약의 여정은 지금까지 매년 겨울방학 기간중 30회 가량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총리까지 오른 성경 속 요셉의 일대기를 통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됐다. 실제 평소 학생들을 괴롭히던 한 10대 비행 청소년이 이 공연을 관람한 뒤 잘못을 참회한뒤 교회에 나갔다고 한다. 뮤지컬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공연의 작사가와 작곡가 역시 청소년 시절 한 대표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2009 신년 음악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어레이텍은 문화경영을 통해 예기치 않은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스위스 기업 SIH Holding의 브라운 슈바일러 회장이 2007년 한국을 방문,이 공연을 본뒤 평생 후원을 약속한 것은 물론 신규 개발 아이템인 '알루미늄 단조휠' 신제품을 공동개발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국내 제철업체 관계자도 공연 관람 후 "좋은 일에 돈을 쓴다"며 "어레이텍 제품은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앞으로 이 공연을 계속 보완하는 한편 6편의 뮤지컬을 더 제작해 세계 4대 뮤지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공연작품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꿈"이라며 "어레이텍도 근적외선 코팅 건조장치,알루미늄 단조휠을 비롯해 에너지 효율형 자동차 엔진 부품 등을 개발해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