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복 많이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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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휴대전화 문자로, 연하장으로, 이메일로 ‘새해 복 많이 받세요’란 덕담이 쏟아진다. 어떻게 회신을 해야 하나. 적어도 받은 말 복 만큼은 되돌려 줘야하기에, 님도 복 받으시라고 답은 했지만 속마음은 좀 달랐다.
어떤 분은 특별한 진료가 없더라도 종종 종합병원에 들른다.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가보았던 사람이면 잘 알다시피, 그곳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이름 모를 병으로 하루하루 죽어가는 시한부 생명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소원은 한 달이라도 좋으니 두 발로 건강히 거리를 걷는 것이다. 나또한 젊은 시절 폐결핵으로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적이 있기에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렇게 멀쩡하게 집안 문턱을 넘어 다니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 욕심 넘치게 들린 적이 많다. 자기가 이미 큰 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복 많이 나누세요.’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섭게 성장해왔다. 한국전쟁 후 불가능한 역사를 이룩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현재 초고층 빌딩의 거리, 휘황찬란한 상점과 식당가 등도 과거 포탄이 떨어졌던 곳이며, 탱크가 지나갔던 자리다. 60년 만에 세계적인 도시가 된 서울이지만 과거 서울은 그야말로 죽음의 도시였다. 단기간에 이렇게 기적을 이룬 나라는 세계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세밑이 되면 신년 운세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나 입이라도 맞춘 듯 ‘경제회복’여부를 궁금해 했다. 지금까지는 ‘올해도 힘들었는데 내년도 힘들다고 하면 무슨 낙으로 살겠냐.’는 생각에 “내년은 좋아집니다.” 라며 한 분에게라도 더 희망을 주는 대답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내년은 IMF보다 더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IMF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경제 불황 여파로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경제의 본가(本家)인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긴 불황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냉정하게 내년을 전망하고 대비하게 해 드리는 게 더 낫다고 마음을 바꿨다. 공연히 섣부른 낙관론과 희망은 솥뚜껑을 너무 일찍 열어 밥을 설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인들은 너무 많은 고생을 해왔다. 그래선지 1980년대 이후부터 경제가 성장하면서 반대급부 적으로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 조금의 고생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버스정류장 한 정거장도 걷지 않으려고 하고,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려고 한다. 여름엔 긴 팔 옷, 겨울에도 짧은 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건물 냉난방을 펑펑 틀어대고 있다. 아직 우리는 더 고생해야 한다. 절대 편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 정도의 안락에 안주해서는 태평양 시대의 축이 될 수 없다.
지구촌 시대, 인터넷 시대라 이미 경제국경이 없다. 우리만 잘 한다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책은 나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국내의 어려움을 IMF와 선진국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본가 미국이 흔들리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긴밀하게 동기화 돼있다. 독자 생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국내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돈과 부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 과거 우리는 동네 부자가 곡간을 열어 굿을 해서 제수용품도 사고 떡과 과일을 나눠 경제를 순환시켰다. 부자는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잠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은 부자가 지갑을 열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도둑도 도둑질을 하려면 노력을 하는데 부자도 거저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부자를 무턱대고 부정부패, 비리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횃불을 밝히는 자가 있어 험한 길을 잘 가면 되는 것이지 굳이 횃불 든 자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된 성장통을 앓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다시 고생해야 한다. 불황으로 겪게 된 불가항력적인 고생을 달갑게 이겨낸다면 근 미래에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경제의 리더로 떠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당부 하건데 새해부터는 ‘경제 불황’이라는 말을 자주 안 썼으면 좋겠다. ‘입이 보살’이라고 경제 불황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 경제호황이 오기란 쉽지 않다. 물론 경제는 쉽게 좋아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경제 불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금융 허수에 휘둘린 거품이 빠지는 것이 불황은 아닌 것이다. 어려운 지금을 ‘승자가 속도를 조절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한국 전쟁의 폐허 위에 기적을 새운 국민의 힘으로 또 한 번의 기적이 찾아오리라 굳게 믿는다.
2009년은 소의 해 기축년이다. 이곳저곳 주변을 기웃거리지 말고 소처럼 묵묵하게 부지런히 자기 앞길을 걷는 자에게 오히려 밝은 아침 해가 빨리 뜰 것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나누시길....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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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특별한 진료가 없더라도 종종 종합병원에 들른다.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가보았던 사람이면 잘 알다시피, 그곳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이름 모를 병으로 하루하루 죽어가는 시한부 생명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소원은 한 달이라도 좋으니 두 발로 건강히 거리를 걷는 것이다. 나또한 젊은 시절 폐결핵으로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적이 있기에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렇게 멀쩡하게 집안 문턱을 넘어 다니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 욕심 넘치게 들린 적이 많다. 자기가 이미 큰 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복 많이 나누세요.’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섭게 성장해왔다. 한국전쟁 후 불가능한 역사를 이룩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현재 초고층 빌딩의 거리, 휘황찬란한 상점과 식당가 등도 과거 포탄이 떨어졌던 곳이며, 탱크가 지나갔던 자리다. 60년 만에 세계적인 도시가 된 서울이지만 과거 서울은 그야말로 죽음의 도시였다. 단기간에 이렇게 기적을 이룬 나라는 세계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세밑이 되면 신년 운세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나 입이라도 맞춘 듯 ‘경제회복’여부를 궁금해 했다. 지금까지는 ‘올해도 힘들었는데 내년도 힘들다고 하면 무슨 낙으로 살겠냐.’는 생각에 “내년은 좋아집니다.” 라며 한 분에게라도 더 희망을 주는 대답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내년은 IMF보다 더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IMF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경제 불황 여파로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경제의 본가(本家)인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긴 불황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냉정하게 내년을 전망하고 대비하게 해 드리는 게 더 낫다고 마음을 바꿨다. 공연히 섣부른 낙관론과 희망은 솥뚜껑을 너무 일찍 열어 밥을 설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인들은 너무 많은 고생을 해왔다. 그래선지 1980년대 이후부터 경제가 성장하면서 반대급부 적으로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 조금의 고생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버스정류장 한 정거장도 걷지 않으려고 하고,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려고 한다. 여름엔 긴 팔 옷, 겨울에도 짧은 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건물 냉난방을 펑펑 틀어대고 있다. 아직 우리는 더 고생해야 한다. 절대 편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 정도의 안락에 안주해서는 태평양 시대의 축이 될 수 없다.
지구촌 시대, 인터넷 시대라 이미 경제국경이 없다. 우리만 잘 한다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책은 나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국내의 어려움을 IMF와 선진국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본가 미국이 흔들리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긴밀하게 동기화 돼있다. 독자 생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국내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돈과 부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 과거 우리는 동네 부자가 곡간을 열어 굿을 해서 제수용품도 사고 떡과 과일을 나눠 경제를 순환시켰다. 부자는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잠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은 부자가 지갑을 열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도둑도 도둑질을 하려면 노력을 하는데 부자도 거저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부자를 무턱대고 부정부패, 비리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횃불을 밝히는 자가 있어 험한 길을 잘 가면 되는 것이지 굳이 횃불 든 자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된 성장통을 앓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다시 고생해야 한다. 불황으로 겪게 된 불가항력적인 고생을 달갑게 이겨낸다면 근 미래에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경제의 리더로 떠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당부 하건데 새해부터는 ‘경제 불황’이라는 말을 자주 안 썼으면 좋겠다. ‘입이 보살’이라고 경제 불황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 경제호황이 오기란 쉽지 않다. 물론 경제는 쉽게 좋아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경제 불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금융 허수에 휘둘린 거품이 빠지는 것이 불황은 아닌 것이다. 어려운 지금을 ‘승자가 속도를 조절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한국 전쟁의 폐허 위에 기적을 새운 국민의 힘으로 또 한 번의 기적이 찾아오리라 굳게 믿는다.
2009년은 소의 해 기축년이다. 이곳저곳 주변을 기웃거리지 말고 소처럼 묵묵하게 부지런히 자기 앞길을 걷는 자에게 오히려 밝은 아침 해가 빨리 뜰 것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나누시길....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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