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중국도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틈타 원유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미국이 원유 재고를 늘림에 따라 중국 역시 원유 비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국의 전체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5.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원유수입은 1616만t으로 28.0% 증가했다.

11월에도 중국의 수입은 15.6% 줄어들었지만 원유 수입은 1336만t으로 1.8% 감소하는데 그쳤다. 원유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축용 원유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에너지전문가 폴 팅은 "중국이 지난해 8월 이후 2500만배럴의 원유를 전략비축 기지에 저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지난 2일 올해 전략비축유를 전량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허리케인 '구스타프'와 '아이크'가 덮친 이후 정유사에 빌려줬던 원유를 상환받아 오는 5월까지 539만5000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추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의 올 원유 비축분은 최대 용량인 7억27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당시 5억6700만 배럴보다 1억6000만배럴이나 늘어난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원유 비축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7월 147.27달러까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은 국제유가가 46달러선까지 내려오며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전망한 올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74.5달러다.

WSJ는 중국의 원유비축 정책이 올 상반기 총 25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원유 구입 계획보다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시작한 1차 원유비축 계획에 따라 총 1억200만배럴에 달하는 4개의 원유 비축기지 건설을 최근 마무리한데 이어 1억7000만배럴 규모의 2차 비축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1차 원유 비축 계획에 따라 마지막으로 조성한 다롄의 원유 비축기지에 수개월내 1900만배럴을 저장할 예정이다.

WSJ는 중국의 민간 석유 유통업체와 정유사도 10억배럴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과 이들 기업의 합병을 유도해 유휴 저장시설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