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금융회사 근무 경력 등

과거행적 밝히는 사과문 게재

'인터넷 경제논객'으로 불리는 '미네르바'가 5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 "나는 미국 서브프라임의 자산설계 분야에서 일한 역사의 쓰레기"라고 자신의 과거 행적을 밝히는 '사과문'을 썼다. 지난달 29일 "앞으로 경제 관련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모든 글을 삭제한 뒤 일주일 만이다. 미네르바는 '마지막에 기댈 것은 결국 희망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늙고 초라한 노인네가 이제 제 이야기 하나를 하고자 합니다"라며 "서브프라임의 자산 설계라는 데 발 담그면서 일반 가계 대출 수익 모델링,환율에 따른 주가 모델링까지,말 그대로 워런 버핏이 말하는 파생상품이라는 시한폭탄에 발을 담근 쓰레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자신이 시스템적 경제 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악마의 도구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10년 전 외환위기 때 해외에 거주하며 국내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사죄했다.

미네르바는 "전 치열하다면 치열하게,비겁하다면 비겁한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며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자신이 1950년대 전쟁을 직접 겪었을 뿐만 아니라 머슴살이를 하는 등 저주받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오로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됐다며 미국 금융계에 몸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미네르바는 "30살이 넘어서 쌔 빠지게 고생하며 미국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밟았다"며 "오로지 성공하기 위해 돈이 안 되는 건 가차없이 자르고 M&A(인수 · 합병) 등 저주받은 굿판이라는 서브프라임의 자산 설계에까지 가담하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의 끝으로 몰아넣은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방관자였던 한 비천한 늙은이의 생애 마지막 자기 반성과 사죄"라며 "지금 와서는 비명과 눈물로 이 나라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미네르바가 고백한 그의 개인사로 미뤄볼 때 연령대가 70~80대로 보인다는 추측이 잇따랐고 이 글의 작성자가 진짜 미네르바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