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인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위기가 한창인 지난해 제너럴일렉트릭(GE) 골드만삭스 다우케미칼 등에 대규모로 투자해 작년말 현재 23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골드만삭스 다우케미칼 등에 대규모로 투자해 작년말 현재 23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내재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을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게 원래 버핏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 원칙이 금융위기를 맞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1월5일자)는 '버핏이 말하는 2009년 세계경제' 기사를 통해 세계경제 대전환기를 맞아 버핏의 투자 원칙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버핏이 '근원적인 가치(intrinsic value)'를 가진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핏은 기술투자와 연구 · 개발(R&D)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노베이션(혁신)을 해나가,성장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근원적 가치 기업으로 꼽았다.

지난해 10월 버핏이 GE에 3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의 우량기업을 대표하는 GE는 100년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버핏의 주장이다. 버핏은 투자 직후 "GE는 세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며 "앞으로 근원적 가치를 지닌 강한 기업에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출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많은 금융회사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골드만삭스가 가장 비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GM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이런 원칙 때문이다. 판매 부진으로 적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GM의 근원적 투자 가치가 없어졌다고 본 것이다. 한때 자동차 기술에서 세계를 리드해가던 GM은 차세대 주력 차종인 환경차 부문에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버핏은 투자 시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제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간 시기를 놓친다고 했다. 세계경제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를 맞아 혼란한 지금이 투자 호기(好機)라는 지적이다. 모두가 역경에 빠진 지금 공세를 펼쳐야 경쟁사를 앞지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버핏은 중국 등 신흥국과 환경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9월 중국 배터리 및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의 주식 10%(2억3200만달러)를 인수했다. 그는 이달 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에 밝은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가 금융시장 안정에 공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