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무렵'(1936년)의 마지막 부분이다. 주인공 허생원이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아들임을 확신하는 대목이다. 소설이 쓰이던 당시 왼손잡이는 그렇게 드물었던 모양이다. 요즘이야 야구를 비롯 왼손잡이가 활약하지 않는 스포츠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몇십년 전만 해도 왼손을 쓰는 것을 보고 제 자식이라고 믿을 정도로 왼손잡이는 희귀한 존재였다. 물론 왼손잡이에 대한 엄격한 금기 때문이었다.

왼손 터부(Taboo)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있었다. 왼손잡이에 상대적으로 관대해 보이는 영국에서도 1940~50년대까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들키면 자로 손바닥을 맞았고 심지어 등 뒤로 왼손을 묶어 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왼손 차별을 많이 하는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10~12%인 왼손잡이 비율이 유독 국내에선 4%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밥을 누가 왼손으로 먹냐 ?" 는 식으로 아이들을 혼내고 윽박지르는 어른들 탓에 많은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으로의 전향을 강요당한다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하와이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진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재미난 것은 오바마가 왼손으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대로 그는 왼손잡이다. 그러니 왼손으로 치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오바마가 한국에서 골프를 배웠다면 아마도 그는 십중팔구 골프를 포기했을 게 분명하다. 한국에서 왼손으로 골프를 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너무나 잘 알려진 터다.

혹시라도 아이가 왼손을 쓰려 한다면 걱정하고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격려해주면 어떨까. 유색인에다 왼손잡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가 된 오바마 같은 인물이 우리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